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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포획 통계, 누락되거나 엉터리 보고 '다반사'.."환경정책 믿을 수 있나"

지자체의 야생생물 포획 통계가 수년째 누락, 또는 엉터리로 보고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포획통계는 야생동물 생태 환경 등을 연구하고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활용되는데도 이처럼 허술하게 작성, 보고돼 환경정책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일선 지자체는 야생생물 포획 허가를 받은 군부대 등 각급 기관의 포획·사살 실적을 취합해 매년 환경부에 제출한다. 그러나 환경부의 '2012-2014년 항공시설 유해야생생물 포획현황' 분석 결과, 자료를 제출한 전국 14개 광역 지자체중 서울, 경기, 인천, 대구, 충남, 제주 등 6곳에서 자료를 누락하거나 환경부와 지자체 통계가 일치하지 않았다.

■실제 포획은 3800마리, 보고는 38마리
서울시는 환경부에 2013년과 2014년 김포공항의 야생생물 포획실적을 0건이라고 보고했다. 서울의 경우 김포공항에서 야생생물 포획허가를 받아 해당 연도에 각 112마리와 9마리를 포획·사살했지만 잘못된 실적을 매년 환경부에 전달한 셈이다.

대구시도 2012년 대구국제공항과 군부대에서 야생생물 1126마리를 포획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환경부에는 해당 실적이 0건이라고 보고했다. 서산에 군공항이 있는 충남시청은 2013년과 2014년, 인천시청은 인천국제공항의 2014년 포획 실적을 0건으로 기록, 보고했다. 이같은 의문투성이 통계에 해당 시의 담당자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공항에서 포획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환경부에 실적을 보고했으나 실제 포획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제주도청은 환경부에 제주공항의 포획 실적을 2013년 38마리, 2014년 185마리만 잡았다고 보고했지만 제주공항의 실제 포획 기록을 확인한 결과 2013년 3895마리, 2014년 2900마리의 야생생물을 포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자료와 실제 제주공항에서 포획·사살한 야생생물 통계가 수십배 가량 차이 나는 셈이다.

지자체마다 포획 야생생물 분류 기준도 제각각이다. 각 지자체는 '항공시설 유해야생생물 포획'과 관련해 '기러기류' '오리류' '갈매기류' '백로류 등'으로 나눠 환경부에 보고하지만 지자체 담당자마다 포획된 종을 각각 다른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부산시의 경우 2013년 참새, 비둘기 등 모든 포획 종을 기러기류로 분류했으나 같은 해 대구시는 포획된 모든 야생생물을 백로류 등에 포함했다.

■분류기준도 제각각..환경부 "문제부분 시정"
문제는 이같은 방식으로 취합된 통계가 수년째 문제 없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지자체 환경정책과 담당자는 "담당자라고 해서 모든 생물이 무슨 과에 속하는지 알 수 없고 일일이 확인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대충 한 종류에 다 넣는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보고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라고 전제해 활용하고 있다"며 "통계적으로 오류가 있으면 활용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만큼 문제 부분을 확인, 시정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