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방향 외환시장 개입 않겠다고 다짐받아내
유일호 부총리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요청 한 듯
미국 보호주의, 통상압력 전초전
▲제이콥 잭 루 미국 재무장관(오른쪽 첫번째)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미재무장관회담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지난 2013년부터 4년째 미국 재무부를 이끌고 있는 제이콥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대동해 한국 외환당국의 핵심 축인 한은을 방문해 이주열 총재와 전격적으로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미 재무장관의 한국은행 방문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루 장관의 방한 자체도 취임 이래 처음이다. 또 한·미 양자 재무장관회담을 목적으로 미 재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 역시 2007년 헬리 폴슨 장관 이후 약 10년만이다.
올 초부터 루 장관은 미·중 전략대화(6월 5일~6일)를 겸해 서울에서 한·미재무장관회담을 가질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은 총재와의 면담은 일정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바뀐 건 미국 재무부가 환율개입국들에 대한 경고성 보고서를 낸 지난 4월 말께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시 중국·일본·대만 등과 함께 한국을 환율심층분석국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루 장관이 오후 정부간 정식 대화파트너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한·미양자회담 개최에 앞서 한은을 방문한 건 전방위적으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자 전세계 달러 질서를 관장하는 미국의 경제수장으로서 주요국들의 무차별적인 시장개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루 장관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예상보다 긴 1시간 15분 가량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지면서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 표명을 이어나갔다. 유 부총리는 회담 직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 측은 아주 급격한 시장변동이 있지 않는한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했으며 그점에 대해 (미 측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미 측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국이)그렇게만 한다면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개입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우리도 지금까지처럼 (일방향으로 개입하지) 않은 것 처럼 앞으로도 안 할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유 부총리는 미국 금리 인상 등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대비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측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우리 정부로선 외환시장 관리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한편 일각에선 이날 면담에 임하는 루 장관의 표정이 비교적 밝았다는 점을 들어 본격적인 통상압력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와 산업계의 보호주의 색채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재무장관으로서 한국에 직접가서 환율문제·무역흑자·자유무역협정(FTA)등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줬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장민권 기자
ehcho@fnnews.com 조은효,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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