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후 처음으로 몸집 줄여
일감 최대 절반까지 줄어 설비 감축규모 더 커질수도
현대重 3조5000억+α 마련.. 삼성重 유상증자 절차 착수
대우조선 14개 자회사 매각
정부는 산업화 이후 60년 동안 팽창만 해왔던 국내 조선업에 대해 근본적인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사업확장에만 몰두해왔던 국내 조선사들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설비·인력 감축을 단행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최소한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조선업 자체가 수출효자 산업에서 한국 경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확장 위주의 산업정책에서 다운사이징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만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60년만에 설비·인력 대거 감축
정부는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조선사의 과도한 생산능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설비규모를 오는 2018년까지 지난해 대비 20% 감축한다. 배를 만들 수 있는 독(dock) 수 역시 23% 줄이고 조선업 인력도 30% 구조조정을 한다. 과거처럼 불황을 버티면 승산이 있다는 공식이 깨진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은 10년 주기로 일정한 패턴이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은 과거의 패턴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조선업이 한국 경제의 덫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계획하고 있던 조선사 설비 감축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조선협회 주관으로 국내 조선산업의 적정 공급능력 규모를 분석하기 위해 업계 공동으로 컨설팅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설비가 추가 감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결과는 오는 8월 나올 예정이다.
정부는 "업계 공동 컨설팅은 향후 조선업의 사업재편, 전문화 등 조선산업 발전방안 마련에 활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현재 3강 체계의 대형 조선사들이 각각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헤쳐모여'가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설비 감축은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수주 전망에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향후 3년간 수주 전망은 연평균 156억달러 수준으로 과거 6년간 평균의 85%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역시 66%, 50% 수준이다.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어 설비 감축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형 3사 10조3000억원 자구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자구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하면서 앞으로 자산매각, 사업조정, 인력감축 등으로 각각 3조5000억원, 5조3000억원,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충키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자구안이 제대로 이행되면 2018년 부채가 11조8000억원(2015년 말 17조8000억원)으로 떨어져 부채비율이 85%로 낮아질 전망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2018년까지 부채비율을 234%, 317%로 낮출 계획이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를 매각하고 3개 독을 순차적으로 가동중단키로 했다. 특히 3조5000억원 이외에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경우 현대오일뱅크 상장 등을 통해 별도로 3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일부 부동산과 인력 감축 등으로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키로 했다. 자구 계획 규모는 다른 조선사보다 작으나 유상증자 등 유동성 대책이 포함돼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이달 중에 이사회를 소집해 유상증자에 필요한 정관 변경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독 수를 7개에서 5개로 줄이면서 생산능력을 30% 축소키로 했다. 특히 웰리브,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14개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특수선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할한 후 일부 지분을 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경우 신규 수주가 과거에 비해 50~70% 줄고 매출 규모가 10조원 미만으로 감소하더라도 현재 자구안으로 버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조선사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소조선사 자립 못하면 법정관리
정부는 중소조선사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자체적으로 살지 못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성동조선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오는 2019년까지 자금 부족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자금 부족 발생 시 신규 자금 지원 없이 인건비 절감 등으로 자체 해결해야 한다는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대선조선은 내년에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회사 측은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그나마 상황이 좋은 SPP조선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중소조선사에 대해 주채권은행을 통해 자구노력 이행상황 및 자금 부족 발생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자체 정상화가 어려울 경우 블록공장, 대형사 하청공장 등 다양한 처리방안도 사전에 검토키로 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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