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이후 계파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새누리당이 계파 청산과 화합을 다지는 워크숍을 가졌지만 실상 계파청산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일부 의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10일 경기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20대 국회 개원 이후 첫 정책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다 함께 협치 새롭게 혁신'이라 적힌 붉은색 카라티를 입고 화합 의지를 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계파 혁파에 대한 의지가 드러났다. 정 원내대표는 "계파문제는 이제 정치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며 "또다시 계파타령을 하면 아마도 당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의원들은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전에 당직자 인사 말씀이 끝나고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의 강연 직전 쉬는 시간에 의원들은 계파와 관계없이 소파에 앉아 환담을 하기도 했다. 강연이 끝나고 진행된 점심 시간에서도 의원들은 계파와 관계없이 4인용 테이블에 섞어 앉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워크숍의 세부일정에 당내 계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토론 시간이 없어 일부 의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크숍은 이기권 장관과 김장수 정책위원장의 강연과 함께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주요 정책 법안 설명 및 8개 정책 분야의 분임 토의 일정으로 구성됐다. 계파청산과 관련된 일정은 워크숍 마지막에 10분간 주어진 계파청산선언문 낭독이 유일하다. 결국 의원들이 당내 문제를 논의할 창구가 없는 셈이다.
이에 계파를 막론하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박계 5선인 정병국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지금 비대위에 물어볼 게 많다. 413 총선 패배 진단은 언제 할 것이며, 혁신안은 뭔지, 혁신 대상은 누군지, 혁신안에는 공천 파동이 들어갈 것인지 물어봐야 한다. 오늘 프로그램에 이와 관련된 것이 없어서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비박계 3선인 김용태 의원은 분임 토의 때라도 당내 문제가 제기될 거냐는 질문에 "될 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워크숍은 최소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도 보여드리는 자리가 돼야 하고 개인적으로 당원들에게 그때 민망한 짓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초선인 김성원 역시 "나오는 아웃풋이 없을까 봐 걱정된다"면서 "특강이 있는 것도 좋지만, 오늘 워크숍 목적은 새롭게 계파 청산하고 다 내려놓자, 다 쏟아내자는 건데 토론 시간이 없어서 아깝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난상토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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