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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험 부채 시가평가 속도조절

임종룡 금융위원장 보험업계 관계자들 만나 재무회계 기준 변경 이후 충격 최소화 방안 검토

금융당국, 보험 부채 시가평가 속도조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생명보험 교육문화센터에서 2020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와 관련해 향후 도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이 보험사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속도조절을 하겠다고 밝혔다. 회계기준 변경 만으로 부채가 급증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시급했던 보험사들은 연착륙 기회를 얻게 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종로 새명보험 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재무회계 기준 변경이 보험사에 미칠 단기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세부 방안들을 검토.준비하겠다"며 "국제기준이 공식적으로 확정 발표된 이후 제도 개선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사들은 향후 지급할 보험금(보험사 부채)을 원가에서 시가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보험사 부채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 규모를 약 50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이 과거 연 6~7%대 확정 이자를 주는 보험 상품을 판매했는데, 지난 몇 년간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며 보험사들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현재 은행 예.적금 금리(2%대)의 3배 이상의 비용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IFRS4 도입 준비를 철저히 해 달라고 주문하며 부담을 키웠다. 임 위원장이 '속도 조절'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새 회계기준 도입을 서두르는데 금융위는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이날 임 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은'이라는 주어를 사용해 두 기관이 뜻을 모았음을 분명히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이 더 정확히 산정될 수 있도록 지급여력비율(RBC) 제도를 개선하고, 부채 적성성평가제도를 정교화해 새 회계기준이 도입됐을 때 충격을 완화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IFRS4 2단계 도입과 별도로 보험사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한 걸음씩 추진해 나가되 급격한 충격이 없도록 차분히 추진하겠다"며 "제도 개선 과정에서 단기적 충격으로 보험사들의 회사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시장 참여자 간 협력을 통한 제도 연착륙에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강조했다.

새 회계제도가 도입되면 투자자, 소비자는 물론 보험사의 건정성 평가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임 위원장은 "IFRS 2단계 제도가 도입되면 일반투자자.소비자들은 보험사의 실제 보험금 지급역량을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위험부채의 시가평가는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들에게 약속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나타내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새 회계기준 도입과 관련한 세부 기준을 마련할 때 자본확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증권사 관계자들도 최근 보험 규제 완화로 인해 높아졌던 시장의 기대심리를 줄이지 않을 수 있게 금융당국이 일관된 정책 방향을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앞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따라 지난 1월 가격 자유화, 4월 상품 및 수수료 자율화를 도입했고, 올 하반기에는 자산운용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한 보험업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