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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 환자 60%, 건보 등재 약제 외 치료로 생명 연장

다발성골수종 환자 10명 6명은 건강보험 급여 약제로 치료가 안돼 다른 치료로 생명은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발성골수종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있지만 건강보험에 등재가 안돼 몇 억원 이상의 개인 부담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는 설립 5주년 맞아 환우들의 치료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환우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다발골수종은 백혈병, 림프종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종양으로 감염이나 질병과 싸우는 항체를 생성·분비하는 형질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에 의해 전신에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희귀혈액암이다. 다발골수종은 과증식한 형질세포가 골수에 축적돼 주로 뼈를 침범해 골절, 빈혈, 신부전, 고칼슘혈증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다발골수종 환우 절반 이상인 54%가 재발을 경험했으며, 특히 10명 중 3명인 32%는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치료제에 모두 치료 실패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건강보험 급여로 치료가 가능한 약제는 벨케이드와 레블리미드 단 2개뿐이다. 환우회 전정일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다발골수종 신약들이 많이 개발돼 있다"며 "하지만 OECD 가입 국가인 한국 환자들은 딱 두 번 치료를 받은 후 또 다른 치료를 통해 남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개인 부담으로 몇억원씩 치료비를 쓰지 않으면 구제책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2가지 약제에 모두 실패한 다발골수종 환자의 65%는 불가피하게 다른 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민환 회장은 "포말리스트 같은 좋은 신약이 2년 전 식약처 허가를 받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를 받지 못해 환자들이 경제적 파탄을 우려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탈리도마이드, 멜팔란과 프레드니솔 요법 등 고전적 치료를 받고 있어서 과연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인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답한 거의 대부분의 환우들이 포말리스트의 보험 급여가 바로 본인의 문제로서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해(10점 만점 9.8점), 신약에 대한 환우들의 절실함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백민환 회장은 "다발골수종은 '4대 중증질환'에도 포함되고, 포말리스트는 고가 신약을 위한 '위험분담제'를 통해 세계 최저가로 신청됐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만 건강보험 급여를 안 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며 "복지부는 대통령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포말리스트의 건강보험 적용을 신속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