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금리인상·중국경제 불안 등 대외불안이 심화될 때마다 불거지는 급격한 달러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외화쌓기'와 '외화유입' 두 전략으로 외환관리 방어벽을 높이기로 했다.
'외화쌓기' 전략은 국내은행들이 1개월간 외화순유출액(외화유출-외화유입)의 60%에 해당하는 외화를 '의무적'으로 미국 국공채 등 고신용채권, 현금, 지급준비금 등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안전자산(고유동성자산)에 쌓아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규제 도입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며, 2019년엔 은행의 고유동성 외화자산 비율이 80%까지 상향조정된다.
또 다른 전략인 '외화유입'은 단기외채 억제책인 은행의 선물환포지션한도를 현실적으로 손질해 은행의 해외 단기차입 한도를 소폭 높여준 것이다. 외화 유입 통로를 조금 넓혀준 셈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한국은행은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도입과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조정 등을 골자로 한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현금성 안전자산에 외화 쌓아야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대규모 외화자본 이탈로 인한 은행의 유동성 위기상황을 가정해 만든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 Ⅲ에 따른 규제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 달러 자산 운용은 대부분 3개월 미만 단기대출상품(콜론)에 쏠려있다. '해외 단기차입→단기대출' 구조로 자금이 운용될 경우 해외에서 자금회수 요구시 만기불일치로 인해 일시적으로 국내 은행들이 달러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외화자금순유출액의 60%를 미국 국공채, 지급준비금,예금 등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상품에 분산투자하라는게 외화LCR규제다. 가령 한 달간 외화순유출액이 10억 달러라면, 은행은 최소 6억 달러를 고유동화 자산에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권고사항이었으나 내년 1월부터는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단, 수출입은행은 여타 국제 수출신용기관(ECA)들처럼 규제에서 제외했으며, 해외 본점에서 자국 LCR 규제를 적용받는 외국은행 국내지점과 외화부채가 5억달러 미만인 전북·제주·광주은행도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시중은행의 LCR을 내년 60%→2018년 70%→2019년 8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과 농협, 수협 등 특수은행은 내년 40%에서 매년 20%p씩 높여 2019년에 80%를 맞추고, 산업은행은 같은 기간 40%에서 60%로 규제비율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LCR로 대체 가능한 여타 외환규제들은 폐지할 방침이다. 규제가 개편되면 각 은행의 외화 건전성 관리는 외화 LCR과 중장기 외화자금비율로 간소화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은 외화규동성 규제를 LCR로 통합하면서 체계를 정비한다는 데 중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최종 목표는 외화유동성과 관련한 체질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9년 규제 수준을 80%로 높인다고 해도 이미 대부분의 은행들이 그 이상으로 비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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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외화유입 유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기성 단기외채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된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현실에 맞게 소폭 상향조정됐다. 선물환포지션 규제는 은행의 전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선물외화자산-선물외화부채) 비율을 제한하는 것으로 그간 은행의 외화차입 여력을 제한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최근 선물환 거래 주고객층인 조선사들이 수주가 급감하면서 환헤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선물환포지션은 5.8%,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58.6%로 기준치(국내은행 30%, 외은지점 150%)를 크게 하회했다. 정부는 이에따라 오는 7월부터 국내은행은 40%, 외은지점은 200%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조선사들의 수주급감으로 기준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자유화규약을 채택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 국제사회의 볼멘소리가 부담인데다 미국 금리 인상 등 자본유출에 대비 오히려 적정 수준의 유입을 유인하기 위해선 한도비율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이밖에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요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방안은 대외충격에 대한 대응여력을 높여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강화하고 위기 시 실물부문에 안정적 외화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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