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 살던 60대 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성은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6일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 A(60·여)씨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김모(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A씨를 살해한 다음날 자신이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지방으로 도주, 이튿날 밤 날치기 범행을 하다 체포됐다.
김씨는 조사에서 "A씨에게 카드빚과 차량 할부금이 연체돼 힘들다고 1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매몰차게 거절당해 화가 나 살해했다"고 말했다.
전과 18범인 김씨는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10년간 복역하고 지난해 11월 출소한 전자발찌 착용자로, 영등포와 용산 등을 떠돌다 서초구의 한 고시원에서 지내왔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김씨는 두 달 전부터 부동산 투자 설명 관련 일을 하다가 지난달 A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16일 오후 1시45분께 A씨의 아파트로 갔다. 외출 중이던 A씨는 같은 날 오후 4시45분 집으로 들어간 사실이 아파트 현관 폐쇄회로(CC)TV로 확인됐다. 김씨는 범행 후 A씨의 통장과 지갑, 휴대전화 등을 함께 갖고 달아났다.
김씨는 범행 이튿날인 17일 다른 차량을 빌린 뒤 서초IC 인근에서 자신의 전자발찌를 끊고 도로변 화단에 버린 뒤 대전으로 도주했다. 그는 다음날 대전에서 다른 60대 여성의 핸드백을 날치기하려다 경찰에 같은날 오후 10시께 붙잡혀 19일 서울로 압송됐다.
경찰은 A씨의 구체적인 사인을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으나 부패가 심해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입과 코를 양손으로 눌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해 살해했다고 진술했으며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건 후 아파트에서 나온 김씨는 주차된 차량을 보고 누군가 A씨를 찾아갈 것을 우려, A씨의 차량과 자신의 차량을 차례로 몰아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로 옮겼다. A씨의 차량은 마포구의 한 골목길에 버리기도 했다.
경찰은 살인과 특수절도,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강도살인 등의 혐의 적용도 검토할 방침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