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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민심분열만 낳은 신공항 유치전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이 또 다시 백지화되면서 영남권 민심만 분열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앞세운 TK(대구·경북)와 부산 지역 민심은 신공항 유치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장밋빛 꿈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정치인들의 과도한 표밭관리 탓에 사전타당성이 없는 사업이 과대포장되면서 두 지역간 이전투구만 남겼다는 지적이다. 객관적 근거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국책사업을 유치하려던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ㆍPIMFY)현상이 결국 대구·경북과 부산 민심을 갈라놓은 셈이다.

■부산 "미봉책 불과…가덕 신공항 강행"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고 기존의 부산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산지역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발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용역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난 이번 결정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지난 사반세기 동안의 시민 염원을 철저하게 외면한 오로지 수도권의 편협한 논리에 의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 결정을 내린 것은 당장 눈앞에 닥친 지역 갈등을 이유로 우선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신공항 건설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으므로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 제2허브공항으로 가덕 신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조만간 시의 독자적 대응방안과 정부 용역 결과 발표에 대해 입장을 다시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부산시 정치권 관계자도 "최근 조선업이 위기를 맞으며 부산의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한 상황에서 신공항마저 무위로 돌아가면서 지역 사회의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무산'이 곧 '박탈'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점은 이날 부산의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

원래 신공항 논의는 김해공항의 포화를 예상해 부산에서 먼저 꺼낸 논의였다. 김해공항의 포화 수요를 예측해 나온 논의가 신공항으로 발전했는데, 2011년에 이어 또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대구·경북보다 부산이 입은 상처가 더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김해공항 확장'은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안전, 소음 문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은 만큼 향후 추진과정에서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부산지역에서는 신공항이 결국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부산지역 시민들은 아쉬움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드러냈다.

당초 부산시는 가덕도가 탈락하면 차선책으로 김해공항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부산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차모씨(52)는 "가덕도가 안될 거라는 얘기가 들려 걱정이 많았는데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선택은 만족할만하다"면서 "주변에서도 이정도면 사실상 부산쪽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어처구니없다…대응책강구"
대구·경북·울산·경남 1320만 영남권 시·도민과 경제계 등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실망과 유감을 넘어서 분노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1일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과 관련, 김해국제공항 확장으로 결론내며 또다시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했다.

이와 관련,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후 4시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정부의 결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꺼꾸로 돌려놓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권 시장은 "사실상 이 정부마저도 신공항 건설을 또 다시 백지화시킨 결정으로, 유감을 넣어 분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이번 용역 과정과 내용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면서 "시·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 5개 시·도와 함께 머리를 맞대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선정 발표 후 3개 시·도지사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권 시장은 "세 분 모두 충격에 휩싸옇고 황당한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였다"고 언급했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밀양이 선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경남도 역시 다소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벌여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의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를 TV로 지켜보고 나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심 밀양이 신공항 입지로 결정될 것이란 기대가 빗나간 데 대한 실망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학석 도 공보관은 "홍 지사는 TV로 발표 내용을 보고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면서 "도 입장도 특별히 없고, 추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만 밝혔다.

예상치 못한 결과 발표에 따라 앞으로 4개 시·도가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이날 오후 대구상공회의소 대강당(10층)에서 차분히 정부발표를 지켜보던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회 역시 "이번 발표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을 지겨보던 시민들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민 이모씨(43·동구 신천동)는 "내심 정부가 어느 쪽이던 신공항 입지를 선정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할말이 없다.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당황해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권병석 기자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