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선도 대상 여고생과 성관계한 사건과 관련, 경찰(본)청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기지 20여일 전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본청 감찰기능은 해당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관계를 맺은 경찰관들이 이미 민간인이 됐다는 이유로 경찰 수뇌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29일 사과문을 통해 은폐 의혹 등에 투명하게 밝힐 것을 약속했다.
경찰청은 이날 진상조사 없이 의원면직된 2명의 경찰관에 대해 "의원면직 처리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면서 이들의 의원면직 처분을 취소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퇴직급여가 지급된 부산 사하경찰서 김모 경장(33)은 환수조치하고 아직 지급되지 않은 연제경찰서 정모 경장(31)은 퇴직 급여 지급정지를 요청한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현재 경찰은 은폐 의혹과 관련, "당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던 사하·연제경찰서장의 경우 사전에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있어 강도 높은 감찰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제서의 경우 사직원을 제출하기 전에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내용을 들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사직원을 수리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하서의 경우 해당 여학생의 담임교사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은 여경 학교전담경찰관이 여성청소년계장에게 보고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사직원을 수리한 정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6명의 감찰요원을 부산경찰청에 급파, 학교전담경찰관들의 부적절한 성관계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여부에 따라 이상식 부산청장까지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28일 2명의 경찰관에 대해 1차 조사를 했으며 이들은 성관계는 인정했지만 강제성 등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연제·사하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와 관련 강 청장은 사과문 통해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사건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린 학생을 돌봐야 할 경찰관이 책무를 어기고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강 청장은 이어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성관계 경위와 보고 과정에서의 은폐 의혹 등 관련한 모든 사안을 원점에서 철저히 조사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사하경찰서 김 경장이 지난 4일 자신이 담당하던 학교의 A양(17)과 방과 후 차량 안에서 성관계한 사실을 확인했다. A양은 사건 후 학교 보건교사에게 “경찰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알렸고 교사는 지난 8일 학내 여성 학교전담경찰관에게 통보했다. 담당 부서 계장은 김 경장과 학교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하지만 김 경장은 9일 “부모 사업을 돕겠다”며 돌연 사표를 냈고 15일 수리됐다.
연제경찰서는 정 경장은 1년여간 알고 지낸 B양(17)과 올 4월 성관계를 맺었다. B양을 상담한 한 청소년보호기관이 지난달 23일 연제경찰서에 통보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정 경장은 지난달 10일 “경찰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다”며 사표를 제출해 같은 달 17일 수리됐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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