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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美 대선] 미 금융권 '천방지축' 트럼프보다는 '예측가능한' 클린턴 선호

미국 금융권이 지난 8년간의 민주당 정권에서 쏟아진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선주자에 후원금을 몰아주고 있다. 은행가들은 정권교체를 바라면서도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을 '예측불가'로 여겨 지원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6개 주요 은행 직원들의 정치 후원금 성향을 분석한 결과 약 5200명이 민주당에 110만달러(약 12억6200만원)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해당 금액은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전 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에게 지원한 돈을 합친 금액이다. 반면 트럼프를 후원한 은행 관계자는 26명에 불과했으며 금액도 7000달러에 그쳤다.

금융 관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 사항은 두 정당이 내놓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FT는 클린턴 선거캠프가 그림자 금융, 과도한 성과급제도 등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원인으로 지적됐던 미국 은행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개혁안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미 금융계 입장에는 현재 시점에서 적어도 클린턴 전 장관의 정책 방향은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트럼프를 불신하는 은행가들은 그의 경제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고 모호하다는 점을 비판한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5월 "정부가 은행을 직접 운영하다시피 규제하면서 대출이 어려워져 미국의 경제성장이 방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기 후 월가 개혁을 목표로 등장한 도드·프랭크법을 "아예 없애거나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6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던 트럼프가 최근 '태세 전환'하여 대형은행들의 후원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철폐로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또한 WSJ은 트럼프가 성급하게 규제 철폐를 약속했지만 실제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임은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은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월가 대형은행에 대한 대출·재무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구제금융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가 말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도드·프랭크법은 과도한 부채경영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트럼프 자신은 ‘부채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빚을 많이 내는 경영자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은행가들이 트럼프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FT와 인터뷰한 한 금융 기관 관계자는 은행가에게 다시 통제권을 돌려준다는 내용의 트럼프 정책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월가에는 우선 트럼프가 다른 정치인들과 협력하는 상황을 봐서 지지를 결정한다는 부동층도 적지 않다. 선거철이 가까운 지금 시점에 지지성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sdc@fnnews.com 최승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