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예산 자진 삭감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이 국회의원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자진해서 내려놓아 배경이 주목된다.
지역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민심 향배가 결정되기도 하고, 선거에서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정치권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20대 국회가 개원된지 한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일부 의원들이 앞다투어 자신의 지역구 관련 '특별교부세' 확보를 적극 홍보하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국회의원에게 지역구 예산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라며 "비록 국회의원에게 예산 편성권한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을 편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점에서 편성된 예산을 자진해서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진 의원의 사연은 이렇다.
자신의 지역구인 용산구내 용산미군기지에 대한 정부측의 활용 방안이 당초 계획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의견과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 관련 예산을 스스로 삭감하며 저지에 나섰다. 2007년 6월 20일 '용산공원조성특별법' 제정 이후 '자연생태공원'으로의 조성 여론이 높았지만, 이후 정부가 '콘텐츠 공원'으로 크게 방향을 틀면서 본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에, 진 의원은 여당 소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에서 각각 10억원, 15억원 규모로 편성한 2013년도와 2014년도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사업예산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삭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정부가 지난 4월 용산공원 콘텐츠 기획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 편성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향후에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가 요청하는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이 진 의원의 계획이다.
진 의원은 "용산공원 콘텐츠 선정은 휴양과 휴식이 있는 생태공원을 바라는 국민 여론조사를 왜곡한 채, 사업 공고 단계부터 선정까지 개발을 위해 진행된 국토부의 공원 무력화 음모"라며 "용산공원은 미국의 센트럴 파크처럼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건물 신축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콘크리트 건물까지 없애고 오염을 제거해 나가면서 장기적으로 나무를 심어감으로써 세계적인 공원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지역구 예산을 삭감한 데 따른 부담에 대해서는 "지역 구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자연생태공원 찬성이 우세하다. 선거때도 하지 않던 여론조사를 통해 입증됐다"면서 "지역구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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