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소장 정문수)는 최근 '다롄, 환황해권 해항도시 100여 년의 궤적'(권경선, 구지영 편저ㆍ도서출판 선인ㆍ사진)을 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책은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이 공동 진행하고 있는 '환황해권 해항도시'프로젝트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과 한반도의 황해 연해, 일본 규슈와 혼슈의 태평양 연해 등 황해를 통한 인적·물적 이동과 그로 인한 접촉, 갈등, 교섭이 활발했던 지역들이 각각의 배후지와 외부 세계를 이으며 만들어내는 느슨한 공간을 환황해권으로 상정한 뒤 황해에 인접한 중국의 해항도시 칭다오, 다롄, 단둥을 중심으로 연구를 개진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책에서는 다롄이 역사 속에 등장한 19세기 말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100여년 동안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패러다임의 변화 속 한중일의 인적·물적 이동과 그것이 추동하는 사회 변용을 그 배후지와 함께 고찰하고 있다.
다롄은 근현대 중국 동북지방의 관문으로 19세기 말 러시아의 관동주 조차와 달니 건설을 통해 근대도시로 등장한 이래 100여 년에 걸친 동북아 관계의 궤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해항도시다.
제국주의 시대 다롄은 이른바 ‘만주’의 관문으로서 청일전쟁·러일전쟁·중일전쟁이 치러진 열강 세력들의 충돌지점이자 일본-한반도-중국 대륙을 잇는 일본 제국주의 확장의 거점도시였다.
냉전 시대에 접어들며 다롄과 그 배후지 동북지방은 중국과 소련이라는 사회주의 세력 관계의 결집지가 됐고 중공업 기반과 풍부한 원료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의 전초기지로 기능했다.
그러나 탈냉전과 중국 대외개방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주장 삼각주, 창장 삼각주,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성) 지역을 중심으로 외자 유입과 경제 발전이 가시화된 것과 달리 다롄과 동북지방의 경제는 점차 낙후됐다.
2000년대에 들어 동북지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진흥정책이 추진되고 냉전 시대 관계가 단절됐던 한국과 일본 등지로부터 외자를 적극 유치하며 지역 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동북아시아 정세와 저성장의 흐름은 이 지역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저자는 다롄의 일본 제국주의의 거점도시, 냉전 시기 중소 사회주의 세력의 집결지, 중국 대외개방 이후 한중일 경제 협력의 장이라는 근현대 동북아 관계가 집적된 해항도시라며 다롄과 그 배후지에서 전개된 한중일 간 인적·물적 이동과 사회 변용의 역사를 해명함으로써 협력과 반목이 뒤섞여 있는 현재 동북아시아 관계의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과 전망을 위한 실마리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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