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도널드 트럼프의 '가족 잔치'로 21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찬조연설에 불참했고, 그 자리를 트럼프의 아내, 아들, 딸, 사위들이 대신했다. 외신들은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트럼프의 집안 잔치처럼 됐다"고 비꼬았다. 관행적으로 미국 전당대회에는 가족들이 모두 참석하지만 지지 연설은 대선 후보의 부인만 한다. 이번처럼 자녀들까지 모두 연설한 것은 이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열린 나흘간의 전당대회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의 연설을 끝으로 트럼프의 가족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이방카는 "아버지는 능력을 중시한다. (인종의) 색깔을 따지지 않고 성별도 따지지 않는다. 그 자리에 맞는 최상의 사람을 고용한다"며 트럼프를 옹호했다. 트럼프의 여성비하 막말로 여성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황금시간대 주요 연설은 10살 막내아들을 제외한 부인과 자녀 3명 등 모두 트럼프 가족이 독차지했다. 연설 내용도 트럼프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언론들도 트럼프의 가족을 집중 조명했고, 상대적으로 다른 찬조 연설자들은 주목받지 못했다.
전당대회 첫날인 18일, 연단에 오른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의 연설은 주목받았지만, 표절 시비로 의미가 퇴색됐다. 그녀의 연설은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의 2008년 전당대회 연설 일부를 표절한 사실이 확인됐다. 연설문 작성자도 표절을 시인했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는 트럼프가 후보지명 수락 연설을 하는 중요한 무대를 맡았다. 그녀는 연단에서 "아버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그는 그것을 실천할 것"이라며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트럼프그룹의 부회장으로 트럼프의 신뢰를 받고 있다. 트럼프 가족 중에선 대중의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이번 전당대회 연설 무대가 그녀의 정계 데뷔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는 현재 트럼프 선거캠프를 사실상 지휘하는 실세다. 이번 전당대회도 이방카와 쿠슈너의 합작품인 것으로 전해진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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