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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프레임에 갇힌 대한민국(2)]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악플 등 사회갈등, 결국 배려가 해답"

사회갈등 해법, 전문가에게 듣는다
4.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SNS같은 도구보다 배려의 부재가 문제
獨, 끝없는 대화로 재정지출 축소 합의
사이버 세상의 언어 정화도 급선무

"사회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배려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상대를 배려하고 서로 간의 갈등을 절충해 해결책을 찾는 게 필요합니다.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토론 문화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실용영어 교육자이자 악플추방 운동인 선플 운동을 창안한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은 "갈등을 줄이는 핵심은 중학교 교과서에 나와 있을 만큼 사실은 기본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며 "뒷사람이 문으로 들어오는 게 보이면 문을 잡아주고 구급차가 지나가면 길을 비켜주는 것 같은 작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갈등을 줄이는 해법은 어렵고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만나 직접 소통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의견을 절충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갈등 프레임에 갇힌 대한민국(2)]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악플 등 사회갈등, 결국 배려가 해답"
갈등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가 내 앞의 '사람'이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 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그는 "가장 중요한 소통의 원칙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의견수렴"이라고도 말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민 이사장은 "갈등을 줄이기 위해 선명하고 투명하면서도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의 교육 현장에서부터 제도적으로 토론하는 환경이 자리잡아야 하고, 사회문제를 대하는 가운데도 양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각종 커뮤니티 등 소통 창구가 다양하지만 갈등은 더 드러나는데.

▲SNS 등을 통해 소통하려는 노력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SNS에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실제 사이버 세상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편리하고 다양한 소통창구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악플을 양산해내고 있다. 과거에는 악플러들이 대개 10대 청소년이었지만 2015년 사이버폭력 피의자 분석에서는 20대가 22.4%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7.7%, 40대 13%, 10대 11.3%, 50대가 9.3%로 전 연령대에서 악플을 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국 악플과 같은 갈등은 SNS와 같은 도구가 문제가 아니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배려하고 존중하느냐의 문제다. 물론 세대별로 주로 사용하는 SNS가 다르기 때문에 세대 간 문화차이는 존재한다.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아프리카TV' 같은 경우 누구나 쉽게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는 SNS 미디어지만 기성세대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요즘 청소년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주로 사용하고 어른들은 카카오스토리나 밴드를 많이 이용한다. 이처럼 주로 사용하는 SNS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향 역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정서는 온라인에 집중돼 있더라도 생활은 결국 오프라인이라는 것이다. 학교도 다니고 선생님으로부터 수업도 받고 친구도 만나고 가족들과 함께 생활한다. 따라서 다양성을 인정해주되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바로 소통하는 기본 방법이다.

―교육계에서 '민중은 개, 돼지' 발언이나 '(대학생은)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는 발언이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바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사람의 생각과 인품을 나타낸다. 막상 그렇게 말한 분들은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었다고 하지만 그 말이 상대방에게 전해졌을 때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 한마디가 본인과 상대방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예다. 격언 중에 사람은 말을 배우는 데 2년, 침묵을 배우는 데 60년 걸린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침묵은 전혀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생각 없이 하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선플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도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생각해보고 상대를 배려하는 말과 글을 사용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아무리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상대가 큰 상처를 받는다면 바로 배려의 부재와 소통하는 방법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 배려와 소통은 생활 속에서 습관이 되도록 훈련돼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공인들은 언어 사용에 더욱 신중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소통해야 하나.

▲갈등은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면 더 큰 발전의 발판이 되고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모두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갈등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가 내 앞의 '사람'이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 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는 문제를 함께 풀어갈 협력자가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소통의 원칙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의견수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통일 이후 독일은 재정위기를 맞고 있었다. 총리로 취임한 슈뢰더는 연금을 축소하고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파격적인 개혁안을 내놓았다. 같은 당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수많은 미디어 토론을 개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토론과 공론화를 통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의견수렴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후 독일의 실업률은 급격히 감소했고 다시 유럽 경제의 리더가 됐다. 반면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경우 사회갈등, 계층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해결을 위한 정치인과 국민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계6가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려던 서울시의 계획이 지하상가 상인들의 반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된 적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의 안전과 보행권 보장을 위해서도 횡단보도가 꼭 필요했지만 상점 앞을 지나가는 소비자가 있어야 하는 지하상가 상인들의 생존권도 중요한 문제였다. 상인 대표와 담당자들은 수많은 회의와 조율을 통해 결국 상가에 피해가 적으면서도 시민이 안전할 수 있게 횡단보도 위치를 조정해 설치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양측 간의 절충안을 수렴한 소통이 주효했다.

―갈등을 줄이는 바람직한 소통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라고 본다. 캠페인과 제도다.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토론 문화를 정착하고 이 같은 건전한 토론과 만남을 교육현장이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제도화하는 것이다. 최근 '갑질'이라고 하는, 공정하지 못한 행위들이 기업과 하청업체 간, 직장 내 상·하급자 간, 종업원과 고객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갑질의 심각성은 경제적 피해 못지않게 인격모욕이 큰 문제다. 갑질이라는 근거 없는 불평등 대신 다른 계층과 집단, 이해당사자 간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민주적 절차 또한 중요하다. 이해 당사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은 불신과 오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갈등 해결을 위한 전문 중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영국은 미디에이션UK, 미국은 NAFCM이라는 민간 갈등조정 자문기관을 두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갈등관리 전담기구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에서 대형 국책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을 국민 토론을 통해 발굴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국민대통합위원회 같은 기구가 있는데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해본다.

―사회 갈등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해주고 싶은 조언은.

▲사실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원칙은 너무나 간단하다. 중학생들이 공부하는 국어 교과서에 갈등과 협상이라는 내용이 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를 경우 협상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조정한다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 협상의 절차는 상대를 만나 문제를 확인하고 상대의 처지와 관점을 이해하고 협의와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국민통합위원회에서 올해 최우수 갈등해결 사례로 선정한 '부천시와 노점 간의 갈등 해결 사례'를 보면 단속 위주의 노점 단속이 예산낭비만 일으키는 상황에서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200회 이상의 실무 회의를 거쳐 '지자체와 노점상 공동업무협약'을 맺고 합의에 의해 '노점 양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갈등 상황에서 상대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강요할 경우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을 내뱉게 된다. 칼로 입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말이나 글로 입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기 어렵다. 그만큼 말과 글은 마음에 깊숙한 상처를 낸다. 우선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말을 해야 한다. 앞으로 갈수록 영향력이 커질 사이버 세상의 언어를 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청소년은 온·오프라인 세상을 동시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는 사이버 세상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이버 세상에 대비한 교육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직접 만나 끊임없이 소통을 지속하고, 상대를 인격체로서 배려하면서 서로 간의 보다 좋은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