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논란 관련 "저는 매일 같이 거친 항의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사드 관련 기존의 외교노선을 유지할 뜻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사드배치관련 외교적 여론몰이보다 야권 일부 의원들의 중국방문을 통해 벌어지는 외교노선의 균열문제가 국론분열과 국익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정부의 고차방정식 외교행보에 신뢰를 보내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정부 외교노선 신뢰 강조
북한의 잇단 도발에 따른 동북아 지정학적 힘의 균형이 요동을 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외교노선도 시험대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외교환경 속에서 사드배치를 둘러싼 왜곡된 여론과 정쟁이 외교전략 전술에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국제사회의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외교적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번 야당의원들의 사드배치 관련 일련의 주장들은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이해하지 못한 근시안적 접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이날 직접화법들은 앞으로 원활한 한중관계뿐만 아니라 야당과의 관계복원을 위해 수위조절이 있을 것이란 예상을 넘어서는 강도높은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전날 김성우 홍보수석이 청와대 입장문을 통해 중국 관영매체와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에 대해 비판과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박 대통령의 언급은 톤다운이 될 것으로 관측돼왔다.
그러나 이날 더민주 의원들의 중국 방문이 남남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박 대통령 특유의 작심발언으로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 갈등·남남 갈등 해법 찾기 과제
사드배치 논란이 한중외교관계 악화와 남남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 속에 신중한 외교적 긴장감 속에 사태해결을 위한 묘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대통령의 사드배치 논란 관련 언급의 주된 타깃에서도 이같은 대목이 엿보인다.
전날 김성우 수석이 발표한 청와대의 사드배치 관련 입장에서는 야당 일부의원들의 중국 방문에 따른 외교노선 혼선의 우려를 지적하면서도 중국을 겨냥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강도높게 제기한 바 있다.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에서 사드배치 결정이 이러한 도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등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언급한 점과 "중국 측은 우리의 순수한 방어적 조치를 문제 삼기 이전에 그간 4차례의 핵실험과 올해 말로 10여차례 이상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깨고 있는 북한에 대해 보다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직설화법을 자제하는 대신 야당의원들의 사드배치 동조화 우려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국론통합을 통한 외교위기 극복에 무게를 실었다.
이는 중국과 미국간 동북아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중국의 외교적 여론몰이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반면, 국내의 갈등과 분열에 따른 국익 훼손을 봉합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경제교류와 대북공조를 둘러싼 한중관계가 양국간 국익을 위해 지속발전해야 할 긴말한 관계라는 점에서 최근 외교적 균열을 봉합하기 위한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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