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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軍불침번 근무 중 자살..국가유공자 인정 안돼"

불침번을 서던 중 자살한 병사의 유족이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입대 후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우울증으로 이어져 자살에 이르게 된 만큼 유공자 요건인 직무수행(불침번 근무)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A씨 유족이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입대 전 정신분열증 진료를 받은 A씨는 2006년 9월 육군에 입대, 창고병으로 근무하다 약 1년 뒤 목욕탕 관리병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이때부터 A씨는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보호관심 병사'로 선정됐다. 이후 부대 측은 A씨 가족이 A씨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열등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자 목욕탕 관리병이 혼자 근무해 관리가 취약하고 종교활동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8년 4월 창고관리병으로 보직을 변경해줬다. 하지만 이로부터 4일 뒤 A씨는 행정반에서 불침번 근무를 서던 중 유류고 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유족은 지난해 3월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서울보훈청은 'A씨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 사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 요건에 해당한다'는 국가보훈처 심의에 따라 신청을 거절하자 유족은 소송을 냈다.

현행법은 군인이나 경찰 등이 국가 수호나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했다면 국가유공자(순직군경)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상적인 직무수행을 하다 사망했다면 보훈보상대상(재해사망군경)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훈보상 대상자는 현충원 안장 등 국가유공자와 비슷한 혜택을 받지만 연금액이 국가유공자의 70% 수준이다.

재판부는 "망인은 불침번 근무라는 직무수행이 직접적 원인이 돼 사망한 것이 아니라 입대 후 부적응 증세와 우울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군의 관리·감독 소홀이 원인이 돼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따라서 망인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을 거부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