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인근에서 벌목 작업을 하다 유실 지뢰를 밟아 사망한 벌목공의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망자의 고용주 역할을 한 산림조합이 합의금을 지급한 만큼 공동 불법행위자인 정부가 책임 비율을 넘는 배상을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최모씨(사망 당시 45세)의 부인 A씨와 자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옹진부천산림조합'과 근로 계약을 맺고 인천 옹진군이 추진한 '숲 가꾸기 사업'에 참여한 벌목공 최씨는 2014년 10월 대청도 내 해병대 인근 야산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중 유실된 대인지뢰를 밟아 현장에서 숨졌다.
유족은 장례 이후 조합 측에서 위자료와 민·형사 보상금 명목으로 4억7300만원을 받았다. 유족은 이후 "민간인이 지뢰 지대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정부를 상대로 1억9800여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정부가 사고 현장 부근의 지뢰를 안전하게 관리해 민간인 피해를 막아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정부 책임을 80%로 보고 2억6000여만원을 배상액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산림조합과 정부는 사고 발생에 대한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연대채무 관계가 성립한다"며 "조합이 이보다 많은 액수를 합의금으로 지급한 만큼 정부의 배상 책임은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동 불법행위자 가운데 한 사람이 채무를 모두 변제해서 생기는 상호 간 채무 부담의 불균형은 각자의 과실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산림조합은 지난해 11월 정부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내 올 5월 일부 승소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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