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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못살겠다"… 비매너 관광객에 지역주민 뿔났다

관광객 무단 주차 급증.. 광안리 일대 교통 마비
북촌한옥마을 소음 심각.. 방문객 제한 대책 필요
지자체 자구 노력 시급

"시끄러워 못살겠다"… 비매너 관광객에 지역주민 뿔났다
서울 북촌한옥마을 곳곳에는 관광객들에게 정숙을 요구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 지난해 여름 유럽 대표 관광지로 잘 알려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관광객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밤새 술을 마시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불량 관광객'들이 바르셀로나를 떠날 것을 주장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바르셀로나는 일찍이 유럽의 인기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공유숙박서비스 활성화로 관광객 방문이 통제할 수 없을 규모로 증가, 바르셀로나 주민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바르셀로나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독일 베를린도 관광객에 대한 지역주민들 높아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국내 관광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관광지에 거주하는 지역주민과 관광객 사이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특히 휴가철을 맞아 각 관광지를 찾는 방문객이 크게 늘어 지역주민들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국내에서도 관광객과 주민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끄러워 못살겠다… 벽화 훼손도

1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명으로, 최근 10년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명 관광지에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도 이어지고 있다.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부산 광안리 인근 주민들의 경우 관광객들과 주차 전쟁을 벌이고 있다. 광안리 해변 인근에 있는 아파트 주차장에 관광객들이 무단 주차하면서 정작 아파트 주민들이 주차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이에 따라 아파트 관리소측이 자체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법적 효력이 없어 효과가 미미하다. 광안리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여름만 되면 해변가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아 광안리 일대 교통이 마비된다"며 "더구나 해변과 인접한 아파트 단지는 주차공간 부족으로 불편이 이만 저만 아니다"고 털어놨다.

관광객 소음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서울 북촌한옥마을에서는 소음 없는 주거지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집 앞 대문마다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문을 붙여놓는가 하면 주민들이 직접 안내판을 들고 관광객 사이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한 주민은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으나 북촌로11길 인근 거주 주민들은 여전히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며 "1회 방문객 제한 등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주민들이 관광객 방문을 막기 위해 벽화를 훼손하는 일도 발생했다. 벽화로 유명한 서울 대학로의 이화마을 주민 일부는 지난 4월 마을 벽화를 회색페인트로 덮어버렸다. 잦은 관광객 방문으로 소음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지자체, 주민 참여 카페 등 개설

관광객과 주민들 상생을 위해 대안을 내놓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 동해시는 지난 5월부터 논골 담길 벽화로 유명한 묵호 등대마을에 공동 소득 시설을 마련, 주민과 관광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관광 문화 만들기에 나섰다. 등대마을 주민들은 소음 및 사생활 침해 등 불편을 겪었다.

공독 소득 시설에는 관광객을 위한 전망대와 음식점, 카페, 특산품 상점 등이 마련돼 있다.
관광객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주민들은 이를 통해 일정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앞으로 묵호 등대마을과 같은 관광객-주민 상생 방안이 적극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정화 서울연구원 글로벌 관광연구센터장은 "관광객과 주민들 갈등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주민들 의견을 적극 수렴해 새로운 관광 정책 방향을 짜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