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탁구강국 중국에서 자국 대표로 국제대회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우리나라 법원에 입양을 신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친부모와 관계에 특별히 문제가 없는데도 권익과 복지 증진이 아닌 국제대회 출전을 이유로 입양을 신청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초 서울가정법원에는 이례적인 내용의 입양 신청서 4건이 비슷한 시기에 접수됐다. 신청서는 한국 부부들이 "중국 유소년 탁구선수를 양자·양녀로 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양자·양녀 선수들의 탁구 실력이 뛰어나다며 입양 후 국내 활동은 물론, 국제대회에도 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 양부모는 "입양 허가가 나면 모 실업팀에 보내 집중 육성하기로 이미 얘기가 된 상황"이라고 적었다.
미성년자는 입양 즉시 특별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일반귀화처럼 3년 이상의 거주 기간을 요구하지 않고 귀화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법원은 천륜을 인위로 맺어주는 입양 제도를 이들이 남용하는 게 아닌지 살펴봤다.
양부모들의 입양 신청 4건 중 첫 번째 신청 사건을 담당한 서울가정법원 가사22단독 김형률 판사는 지난달 "입양이 해당 선수의 복리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입양을 불허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B양의 탁구 기량과 한국 국적 취득 의지를 들어 입양이 적합하다고 주장하지만 국제대회 출전, 국적 취득을 위해 입양을 한다는 동기는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B양이 중국 친부모 밑에서 원만하게 성장해 최근 중국 명문대에 진학한 점, A씨 부부와는 별다른 친분이 없던 점 등을 들어 "중국 국적과 그간 쌓은 사회관계를 포기하고서까지 입양이 되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A씨 부부는 불복해 항고했지만 법원 결정 직후 나머지 입양 신청 3건 중 2건이 취하됐다. 취하한 양부모 신청자 중에는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유명 탁구선수 출신도 있었다.
한편 현재 중국에 등록된 탁구 선수는 총 3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 대표팀 선발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들어지자 수많은 중국 선수들이 귀화 길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탁구대표팀 6명 중 5명이 중국계 미국인이고 오스트리아와 독일, 네덜란드, 호주는 여자 선수 3명 중 2명이 중국계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