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부정선거'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동안 트럼프는 미국 대선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작될 수 있다는 주장을 공식 유세장 등에서 거듭 밝혀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거감시단'이란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겠다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태세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선거 감시자'가 돼 달라고 요청하는 페이지를 웹사이트에 개설했다. 캠프는 "부정직한 힐러리(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조작을 막기 위해 도와달라"고 했다.
'트럼프 선거 감시자'는 각 투표장에서 일어나는 부정을 감시해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대선에서 '선거 조작'을 주장하며 자체 감시단을 만들겠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CNN 등에 따르면 과거 공화당은 자체적으로 선거감시단을 추진했다가 법적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다.
이와관련 트럼프 캠프의 카트리나 피어슨 대변인도 지난 13일 CNN과 인터뷰에서 선거조작을 대선 캠페인의 주요 쟁점으로 내세우겠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는 "선거 조작은 오랫동안 우리가 우려한 것이었다. 다만 대선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조작) 증거도 없다. (하지만) 이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투표집계기가 해킹에 취약하다는 보안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용해 "트럼프 캠프는 발생 가능한 선거조작에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는 유세에서도 부정선거론을 언급해왔다. 지난달 30일 힐러리 클린턴과의 대선후보 TV토론 가운데 두 번의 토론이 미국프로풋볼(NFL) 경기 시간과 겹치는 것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펜실베이니아 알투나 유세에서 "우리는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해 아주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는 사법당국을 불러들여야 한다"며 "우리는 보안관과 경찰 책임자들, 그리고 모두가 지켜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신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자신이 패하는 길은 선거에 부정행위가 있을 때 뿐"이라고까지 강조했다.
미국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의 이같은 행보를 '선거불복'을 위한 사전 '밀밥'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일 트럼프가 설사 큰 표차로 져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선거론'을 제기하는 게 근거라고 보도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의 부정선거론에 대해 "어처구니 없다"고 밝혔다.
NBC뉴스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대선을 유권자들에게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 선거를 집행하는 권하는 연방정부가 아니라 각 주에 있다. 국민의 투표권을 보호하기 위해 연방 정부의 선거개입은 제한된다.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또는 점수가 집계되기도 전에 사기를 당했다고 불평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