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이 이제 사람대신 기계에 의존하는 자동화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풍부했던 노동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한편 구입할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로봇가격이 크게 내려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중국 현지 제조업체들을 인용해 중국 산업현장이 급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컴퓨터 업체 델과 레노버 등에 노트북을 납품하는 쑤저우빅토리정밀공업의 유젠 가오 회장은 WSJ와 인터뷰에서 값싸고 근면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던 시대는 이미 갔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력이 핵심이던 시대가 "3년여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쑤저우빅토리에 로봇을 공급하는 독일 자동화기업 쿠카의 스테판 람파 로봇부문회장은 "중국인들이 중국의 산업을 지키기 위해 산업을 로봇화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노동자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에 의하면 15~59세 중국 노동인구 숫자는 2010년 9억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50년까지 8억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동시에 임금은 오르고 있다. 미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중국 해안지역 제조업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00년 기준 미국 제조업 노동자 대비 30% 안팎이었으나 2015년에는 64%까지 뛰었다. 스위스 자동화기업 ABB의 스티븐 와이어트 마케팅 대표는 "믿기 어렵겠지만 중국은 13억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도 공장을 돌릴 사람들을 충분히 찾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중국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높아 생산라인에 공석이 자주 생긴다고 평가했다.
WSJ는 로봇의 가격이 내려간 것도 중국 제조업의 로봇화를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헝가리 전자기업 옵토포스의 스자비 페케테 판매 대표는 현재 옵토포스가 공급하는 로봇부착용 센서 가격이 2500유로(약 311만7850원)라고 지적했다. 그는 "10년전만 해도 비슷한 센서 가격이 2만유로에 달해 1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과 유사한 비용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국제로봇연맹 자료를 살펴보면 중국은 2013년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용 로봇시장으로 떠올랐다.
이는 서유럽 시장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지난해 중국 제조업계는 세계 판매량의 4분의 1인 6만7000대의 로봇을 사들였다. 중국의 제조업계의 로봇 수요는 오는 2018년 연간 15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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