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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폭 측정 나섰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시 가계부채가 얼마나 증가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는 계량모형을 구축, 올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응태세에 나선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가계부채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가계부채 현황 파악 및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불거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한은은 현재까지는 내부적으로만 점검해보고, 외부엔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된 데 따른 딜레마를 스스로 점검해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리 인하요구에 대한 방어막을 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은, 기준금리-가계부채 상관성 파악
18일 한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와 가계부채의 상관성에 관한 계량모형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가계부채 규모는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수치를 구하는 것이다. 그간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국내총생산(GDP)및 물가 추이 등에 대한 모형을 구축해 관련 수치를 외부에 밝히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을 수치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해외 주요국 중앙은행들 역시 가계부채 등 신용변화를 반영한 모형 구축과 정책수단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은 내부적으로 (기준금리가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 등) 모형을 구축해 놓은 상황"이라며 "기준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전망하는 계량모형 안에 가계부채 부담을 포함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두고 사방에서 '경고음'이 울리자 관련 모형을 구축해 현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앞서 6월 경기침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미미한 반면 부동산 가격만 끌어올려 가계부채만 늘리는 부작용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도 A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가계부채 부담 등이 어떻게 달라질지 등을 사전에 파악해 보고 이를 정책결정의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현황 파악을 주문했다.

올해 1·4분기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1223조7000억원으로 불과 1년여 만에 125조원 이상 증가했고, 7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올 1월말 대비 33조원 늘어난 673조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2조원대에 머물던 증가액은 5월부터 6조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기준금리를 내린 직후인 7월말 주택담보대출은 506조6000억원으로 한 달새 5조8000억원 뛰며 올 들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가계부채, 기준금리 향방 결정하나
가계부채와 관련된 이주열 총재의 발언도 주목할 만 하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8월 금통위 종료 후 이례적으로 가계부채 심각성을 지적하며 "가계부채의 급증에는 저금리 정책도 일정 부분 기인한다"고 발언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인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데 있어 가계부채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어떤 방식으로 모형을 추정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금리 인하로 인한 부정적 영향 중 대표적인 문제가 가계부채 증가라는 점에서 그 효과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이같은 모형을 통해 대략적인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부 공개는 극구 꺼리고 있다.
현재 추정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추이는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성 수치라는 이유에서다. 자칫 이를 공표할 경우 경제 주체들의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물가나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등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외부에 모두 공표를 한다"며 "그러나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파급되는 경로가 많고 복잡한데다 대내외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어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