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다음달 4일 퇴임하는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총재의 후임으로 우르지트 파텔 RBI부총재를 지명했다. 시장에서는 파텔 부총재가 라잔 총재와 달리 정권에 협조적이지만 전임자의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정부는 20일 발표에서 파텔 부총재가 9월 4일부터 3년간 RBI 총재직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텔 부총재는 1990년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2013년에 부총재에 임명됐다.
캐나다 칼튼대학의 비벡 데헤자 경제학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파텔 부총재는 (전임자와) 매우 다른 성향의 인물이며 보다 전통적인 중앙은행장에 가깝다"고 평했다. 데헤자 교수는 "새 지명자가 라잔 총재처럼 총재 자리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9월 취임한 라잔 총재는 지난 6월 e메일 성명을 통해 오는 9월에 임기를 마치면 연임없이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외신들은 RBI총재들이 지난 20여년 동안 3년 임기 이후 의례적으로 2년간 연임한 점을 고려하면 그가 사실상 경질됐다고 분석했다.
라잔 총재는 재임중 물가상승률 목표를 도입해 과도한 물가상승을 막고 인도 루피 가치를 방어, 인도 금융시장을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2자릿수에 달하던 인도의 물가상승률이 획기적으로 떨어지고 인도가 경제성장률에서 중국을 앞지른 것도 라잔 총재의 공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는 그러나 개혁적이고 독립적인 성향 때문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잦은 마찰을 빚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더 풀라는 모디 정부의 압박에 저항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파텔 부총재는 언론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지만 라잔 총재와 함께 경제 개혁정책을 함께 고안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는 파텔 부총재가 라잔 총재와 비슷하게 경기 부양보다는 물가 및 통화가치 안정에 집중하는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인도 보험사인 바자즈 알리안츠 생명보험의 삼파스 레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파텔 부총재의 선임으로 안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인도 지부의 쿠날 쿤두 이코노미스트는 "파텔 부총재가 비록 정권에 예속되더라도 그가 외부 압박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향후 정책방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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