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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영세상인 대상 곗돈 14억 가로챈 계주 구속

서울 은평경찰서는 계를 운영하면서 곗돈 14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한모씨(70·여)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한씨는 2014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은평구 연신내의 한 전통시장 영세상인 등을 상대로 매달 40만원씩, 25개월간 돈을 내면 계원들이 차례로 매달 1000만원과 이자를 받는 '번호계'를 운영하면서 계원 61명으로부터 14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번호계는 계원들이 매달 일정액을 내고 순서에 따라 돈을 받는 계 운영방식이다. 수령 순서(번호)가 늦을수록 이자가 늘어나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오랜 기간 계운영을 하면서 신뢰를 쌓은 한씨는 마지막으로 곗돈을 받으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중복해서 마지막 순번에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는 정작 마지막 계원이 돈을 받을 차례가 오면 이자인 250만원만 지급하고 원금 1000만원은 월 3∼5% 이자로 자신에게 맡겨 또 다른 계를 운영하자고 속여 곗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오랫동안 계를 운영하면서 계원이 사망하거나 달아나는 경우가 발생해도 계를 중단하지 않고 또 다른 계에서 받은 곗돈을 지급하거나 허위 계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돌려막기'식 계 운영으로 마지막 순번 계원들이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됐고 피해자들은 이달 초 한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같은 동네에서 20여년간 함께 살아온 영세상인과 노인들이었다.
이중 일용직 노동자인 한 피해자는 매달 한 번에 40만원을 내는 것이 어렵자 한씨에게 매일 2만∼3만원씩 곗돈을 내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한씨는 "지급하지 못한 곗돈은 다른 계원들에게 줬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돈을 줄 수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들이 계주를 신뢰해 계 운영상황 등을 확인하지 않아 피해가 컸다"면서 "계 순번 등을 꼼꼼히 살피고 가급적 금융기관을 이용해 자금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