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정지원 특파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당시 상당수 외국인사들에게 권력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무장관이란 지위를 활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게 핵심이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 만난 외국 민간인사들 가운데 절반이상이 클린턴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턴 재단은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세웠다.
AP통신은 고액기부자 154명 중 85명이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임시절 특혜를 받아 그를 접촉한 사실이 국무부 일지를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85명이 클린턴 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무려 1억5600만달러(약1743억원)에 달하며 최소 40명이 10만달러 이상씩을 냈다. 100만달러 이상 낸 사람도 20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국무장관 시절 만나고 클린턴 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던 외국인사들 중에는 비자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한 월가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비영리 은행 대표직 사퇴 압력을 받은 인물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성폭력문제 해소를 위해 일하는 에스티로더 재단 관계자들도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클린턴이 직접 만났거나 전화로 접촉한 기부자 중 연방정부 관계자나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재단에 1억7000만달러를 기부한 16개국 정부 대표와 만난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이같은 만남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서 수행하는 업무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어 개인적 접촉 및 기부금 액수 계산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와 같은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할 수는 없지만 미 대통령 후보로서의 윤리적 타당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계에서는 대선을 불과 약 2개월 앞두고 이같은 스캔들이 공개되면서 클린턴 지지율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보수 성향의 사법감시단체 '사법 감시'(Judicial Watch)는 전날 클린턴 재단의 일부 큰 손 기부자들이 클린턴의 당시 보좌관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정황을 담은 e메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자신의 행동이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단체가 e메일을 공개한 것은 정치적 폭로와 흠집내기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국무부를 사적인 이익을 위해 악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탐욕스런 클린턴 재단부터 전면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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