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세무사·브로커 등 유령기업 인수 사기 행각
檢, 17명 구속·12명 불구속
매출을 조작, 신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236억원에 이르는 대출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사기조직원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뒷돈을 받고 이들의 재무제표 조작을 묵인한 세무공무원도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대출사기조직과 세무사, 대출브로커, 조폭 등의 조직적 대출사기 수사 결과, 17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수입업자의 편의를 위한 수입신용장 발행대출제도를 악용, 유령업체와 '깡처리 업체'를 끼고 수백억원대 대출사기를 벌인 혐의다. 속칭 '유산스 대출'이라 불리는 기한부 신용장 발행대출은 자금이 필요한 수입업자가 은행에 신용장을 개설하면 해당 은행이 수출업자에 무역대금을 지급하고 정해진 기일이 지난 뒤 수입업자가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변제하는 제도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대출사기조직은 모두 4개로 이들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유령기업을 인수해 실적이 좋은 재무제표를 허위로 만들고 신용장 대출 등의 수법으로 시중은행에 대출사기를 벌여 모두 236억7000만원(신용장 대출 118억9000만원, 운용자금 대출 80억 8000만원, 시설자금 대출 37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혔다.
이 과정에서 전직 세무공무원 A씨(48)가 10개 유령기업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만들었고 현직 세무공무원 B씨(46)는 브로커로부터 8100만원을 받고 이 재무제표가 조작된 사실을 묵인하는 등 편의를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재무제표가 조작된 유령기업은 브로커의 알선을 거쳐 사기조직의 손에 들어가 은행을 상대로 한 대출사기에 이용됐다.
사기는 신용장 대출과 운용자금 대출, 시설자금 대출 등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금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모두 9명의 대출브로커가 대출희망자를 모집하고 은행관련 업무를 대리하는 역할을 기능적으로 분담하며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기에는 서방파, 인천부평식구파, 광주백운동파 등 조직폭력배도 다수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파 조직원 C씨(51)는 대출사기조직 가운데 하나에 종잣돈 2000만원을 빌려준 후 이를 빌미로 수사기관에 신고하겠다며 현금 4000만원, 법인카드 2000만원 등을 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조폭은 아예 대출사기조직에 가담해 사기행각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은 "대출사기조직은 유령기업 인수, 재무제표 가공, 대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브로커, 대부업자, 공무원 등의 절대적인 조력을 필요로 한다"며 "대출사기조직의 발호원인인 대출 브로커, 유령기업인수 브로커, 조폭, 비호 공무원, 불법 무역대부업자 및 깡처리업자 등 '공생세력' 척결에 수사력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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