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동결에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들어 이라크는 원유 생산량을 사상 최고치로 늘리며 생산량 동결에 부정적이었다. 9월 26~28일(이하 현지시간) 알제리에서 비공식 OPEC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라크의 우호적인 입장 선회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OPEC이 생산량 동결 합의 가능성을 그다지 높게 보고 있지 않다.
8월3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라크의 하이더 알아바디 총리는 이날 "국제유가 하락이 이라크의 원유 기반 수익을 떨어뜨리고 있다. OPEC의 생산량 동결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OPEC 회원국 중 산유량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번째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내전 중인 이라크는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 원유 생산량을 역대 최고치인 하루 400만 배럴로 늘려왔다. 최근엔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유전을 재가동해 원유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해 이란도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했다. 이란은 올해 안에 하루 생산량이 400만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의 경제제재 이전 수준과 같다.
원유 증산을 지속하고 있는 이란도 최근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앞서 지난달 27일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은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OPEC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란과 이라크의 우호적인 입장 변화는 생산량 동결 합의에 실패했던 지난 4월 OPEC 회의 때와는 다른 점이다. 당시 서방의 경제제재가 막 풀렸던 이란은 과거 제재이전 수준까지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전에는 "생산량을 줄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OPEC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란이 참여하지 않는 합의는 의미가 없다"며 막판에 뒤집어버렸다.
FT는 "이라크와 이란이 자국이 처한 내부 난제를 딛고 생산량 동결 합의까지 이르기는 난관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이라크의 '동결 지지' 입장을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생산량 동결에 동참할지 불확실하며, 최종 합의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설령 이라크가 OPEC의 동결 방침에 동참하더라도 이란이 빠진다면 합의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이란과 사이가 좋지않은 사우디가 지난 4월 회의때처럼 합의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OPEC은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한다.
OPEC은 그간 미국 셰일석유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자 생산량을 늘려 정면 대응했다. 그 결과 원유시장은 공급 과잉에 빠지면서 유가는 반토막났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유가는 지난 2월 20달러대로 폭락했다. OPEC의 합의 기대감에 이달 들어 유가는 20%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은 배럴당 46달러에 거래됐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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