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법'이 있으나 마나 한 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무도 지키지 않는 데다 이 법을 어긴 것이 분명한데도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법 제15조2(공직후보자에 대한 지원)을 보면 '국가기관은 이 법에 따른 공직후보자에게 인사청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해두고 있다. 법에서 굳이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이라고 한정한 것은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아직 장관이 아닌 장관 후보자 개인에게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후보자였을 당시 국회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대한 해명을 위해 농식품부 명의의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취재에 들어가자 다음 해명자료부터는 그 명의를 '김재수 후보자 사무실'로 변경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농식품부 감사실 과장과 사무관은 부처가 아닌 후보자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고, 해명자료는 계속해서 농식품부 대변인실을 통해 배포됐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문체부 대변인은 아예 인사청문 준비팀 '부단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칼럼 내용을 바꾸고, 기사를 내리는 등의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내정자의 장녀가 채용 공고도 내지 않은 'YG엔터테인먼트의 인턴으로 채용됐다'고 보도한 한 매체가 지난달 27일 기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언론정책은 물론 막대한 규모의 정부광고 분배권한까지 손에 쥐고 있는 문체부가 대변인을 통해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의 범법행위를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국회의원들의 질책은 '도덕성'에 집중됐다. '투자냐 투기냐' 명백히 시시비리를 가릴 수 없는 의혹에 천착했고, 심지어 아픈 가정사까지 들춰내 망신을 주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앞선 인사청문회 당시 한 후보자를 지원했던 한 공무원은 "공무원 입장에선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이라는 애매모호한 문구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도 고민스럽다"며 "며칠 후면 모시게 되는 장관님이란 이유로 확대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민주주의가 지속되는 한 인사청문회는 계속된다. 만약 이번과 같이 버젓이 존재하는 인사청문회법을 있으나 마나 한 법으로 둘 것이라면, 차라리 국가기관이 마음놓고 공직 후보자를 지원하도록 바꾸든지 아니면 법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 맞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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