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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회사 회식서 과음후 귀가 중 실족사..업무상 재해"

회사가 주관한 회식자리에서 과음을 한 뒤 자택으로 귀가하는 과정에서 발을 헛디뎌 옹벽에서 추락해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노모씨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경남 밀양시의 제조업체 M사에서 생산직 팀장으로 일하던 노씨는 2014년 12월 업무 종료 후 시내 한 식당으로 이동, 공장장이 주관한 팀별 회식에 참석했다. 회식을 마친 뒤 회사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승합차에 탑승한 노씨는 이동하던 중 자신의 거주지인 김해 방향으로 가는 택시들이 정차해 있는 한 버스정류장 지점에 내렸다.

노씨는 이 때 이후로 며칠간 행방불명됐고 가족들의 연락을 받은 회사 동료직원들에 의해 회식 당일 하차한 버스정류장 근처 하천 옆 옹벽 아래 공터에서 엎드려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노씨는 회식 당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버스정류장 근처 하천 옆 높이 6.5m의 옹벽에서 소변을 보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채 실족, 공터에 떨어져 의식을 잃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노씨 유족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회식은 직원들 간 친목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회사의 공식적인 행사로 볼 수 없고 사망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망인이 참석했던 회식은 중소기업청이 총괄한 고숙련자기능 전수체계 구축사업에 대한 성과를 자축하고 격려하기 위해 공장장의 주관으로 개최됐고 회식비도 정부 지원금 중 일부를 공장장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한 돈에서 충당했다"며 회식은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망인의 음주행위가 사용자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사업주의 전반적인 지배, 관리 하에서 이뤄진 회식에서 과음이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를 줬고 그것이 하나의 원인이 돼 사망했다"며 실족사는 업무상 재해라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