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시 자연분만이 아기와 산모에게 좋다지만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도 적잖다. 지난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 결과 2013년 한국 제왕절개 분만율은 36.0%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국내 만혼 경향이 고령임신으로 이어진 탓이 크다. 지난해 기준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0세,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32.6세로 크게 증가했다. 고령산모는 만 35세 이상 출산하는 여성을 통칭한다.
1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85년부터 제왕절개 분만율을 10~15%를 유지할 것을 권고해왔지만 지난 30년간 전세계 제왕절개 분만율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산모가 일부러 제왕절개를 택하는 것은 아니다. 35세 이상 고령산모 중 태아의 건강을 위해 자연분만을 간절하게 바라는 대다수이나 '여건상' 제왕절개를 받게 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제왕절개 증가 이유로 '노산'을 지목한 바 있다.
내심 자연분만을 기대했던 산모들은 실망하기 마련이다. 자연분만에 대한 공포보다 두려운 게 제왕절개 후 아기에게 해가 될까 우려돼서다. 첫 출산을 앞둔 양모 씨(38)는 지난해 결혼 후 임신에 성공했지만 주치의로부터 안전한 출산을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권유받았다. 양 씨는 "아이에게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내심 자연분만을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수술 후 배에 남을 흉터 자국도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원장은 "자연분만이 가장 좋은 출산 형태인 것은 맞지만 무조건 시행하다가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고령임신의 경우 고혈압성 질환, 당뇨병, 조기진통, 태반병변 등 출산에 위험성이 뒤따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분만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태아의 체중이 너무 크거나, 태아가 선천적으로 기형을 갖고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제왕절개 분만이 늘어나는 다른 요인 중 하나는 '쌍둥이 임신'이다. 다태아 임신은 태아의 위치 이상과 높은 조산율 등을 이유로 제왕절개 분만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 난임을 겪으며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을 시도하는 하는 부부가 크게 늘며 쌍둥이 출생이 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덕 원장은 "자연임신으로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1% 정도로 희박한 데 비해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경우 쌍둥이 이상 다태아를 임신할 확률은 25~30%로 자연임신보다 30배 가까이 높다"고 설명했다.
2014년 기준 다태아는 총 1만5180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3.49%를 차지했다. 10년 전 9880명으로 전체 출생아 중 2.11%를 차지하던 것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난 셈이다. 2014년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난 신생아(1만1597명) 중 쌍둥이 비율은 41%에 달했다.
WHO가 자연분만을 권고하는 것은 제왕절개 분만이 자연분만에 비해 회복이 더디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산모가 당뇨병이나 비만, 흡연경력 등이 있으면 발병 확률은 더 높아진다.
실제로 제왕절개 산모는 일반 산모에 비해 평균 입원일수가 길고, 시술 과정도 까다로우며, 치료비용도 높다. 최소한 수술 8시간 전부터 금식해야 하며, 금식하는 동안 수액제를 맞고 수술직전 도뇨관(소변배출을 위해 요도를 통해 넣는 관)을 삽입한다. 복부절개, 자궁절개, 태아 및 태반분만, 자궁절개선 봉합, 복부봉합 순으로 수술이 이뤄지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 후 60분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한다. 일반적으로 수술 다음날 도뇨관을, 수술 5일~7일째 봉합한 실을 제거한다.
수술 중 합병증으로는 자궁열상, 방광손상, 장손상, 감염 등을 들 수 있다. 수술 후 합병증으로는 자궁내막염, 상처감염, 골반혈전정맥염, 요로감염, 위장관계합병증, 심부정맥혈전증 등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신용덕 원장은 "자궁 등 내부생식기가 임신 전 상태로 돌아가는 데는 약 6주가 걸리지만 수술 부위의 감각이상 등은 수개월까지 지속된다"며 "제왕절개 후 되도록 빨리 걸어야 회복이 빠르며, 모유수유는 자궁수축에 유리해 특별한 금기사항이 없으면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고령임신으로 제왕절개 산모가 증가하며 보건복지부는 기존 임신·출산 진료비에 추가 지원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내놨다. 지난 7월부터 제왕절개 분만 시 본인부담금은 총 진료비의 5%로 인하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본인부담 진료비가 57%에 달해 의료비 부담이 과한 측면이 있었다.
제왕절개 분만 비율이 늘며 새로운 분만법이 시도되고 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를 합친 방식이다. 아기가 스스로 절개한 곳을 빠져나와 배 위에서 엄마와 첫 대면하게 된다. 최근 영국의 한 클리닉은 자연스러운 제왕절개 분만이 산모와 아기 모두에 이익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시험 결과 아기가 절개 부위를 통해 스스로 자궁을 빠져나오는 데에는 최장 4분 정도 걸리며 산모는 이 사이에 아기의 성별을 확인한 뒤 배 위에서 아기와 첫 만남을 가진다. 전통적인 제왕절개 분만은 아기를 자궁에서 너무 빨리 빼내기 때문에 아기가 정상적인 공기 호흡에 적응하기가 어려워 숨 쉬는 데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었다. 반면 아기가 스스로 천천히 기어 나오면 이같은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주장이다.
이 방법은 약 10년 전 영국 런던 퀸샬러트-첼시 병원의 수석 조산 간호사인 제니 스미스가 처음 창안했으며 현재 일부 개인 클리닉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임상시험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새로운 제왕절개 분만법이 보급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산부인과학회의 패트릭 오브라이언 산부인과 박사는 "자연스러운 제왕절개법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고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거나 출산경비가 더 드는 게 아니어서 향후 제왕절개 분만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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