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의 업체 등에서 수험생 공부를 지원하기 위해 개최하는 교재 증정 이벤트 등에 수험생이 아닌 일반인이 응모해 교재를 수령한 뒤 판매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정작 교재가 필요한 학생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학원도, 학생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업체 등은 수시로 교재 증정 이벤트 등을 연다. 어학, 공무원 시험, 자격증 시험 등 다양하다. 업계가 이같은 이벤트를 갖는 것은 수험생의 사기 진작과 함께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관련법을 공부해야 하는 공무원 시험 등은 교재가 두껍고 고가인 경우가 많아 수험생들에게 부담이 크다.
■누구를 위한 이벤트?...얌체족 '기승'
매년 치러지는 시험은 그 해 시험 전형이 종료될 즈음에 차기 시험에 대비하며 교재나 요점정리 노트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이벤트는 별다른 참가 제한이 없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일부는 이 같은 점을 악용해 자신이 실제 수강하지도 않을 강의 교재를 확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헐값에 판매하는 것이다. 실제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이벤트 등으로 받은 비매품 교재를 판매한다’며 '내용은 현재 서점에 팔리는 정품과 동일하다'는 설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5만원을 호가하는 교재를 다소라도 싸게 구입하려는 수험생 때문에 매물이 비교적 빨리 사라진다고 한다. 공시생 박모씨(30)는 “실제 강의를 듣지 않은 사람이 판매하는 교재는 새 것에 가깝기 때문에 같은 가격에 올려도 더 빨리 팔린다”고 전했다. 그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교재를 싸게 구하면 되기 때문에 교재 입수 경로까지 신경 쓰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용돈벌이로 변질"...제재수단 없어
강사를 비롯한 업체 측도 이런 일이 빈번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고 털어놨다. 한 유명 강사 조교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황모씨(23·여)는 “일부 강사들은 경제적으로 빠듯한 수험생들을 돕기 위해 교재 증정 이벤트 등을 여는데 원래 의도와 달리 용돈벌이로 변질돼 고민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인강 업체들도 해결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A교육업체 관계자는 “교재 무료 증정 이벤트 취지는 수험생들이 공부할 때 교재비 부담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꼭 강의를 수강해야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배포하는 측에서 당첨자가 해당 강좌 수강생인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이벤트에만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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