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미국대선 첫 TV토론] 힐러리 우세에 아시아증시 급반등.. 엔·금값 급락

글로벌 금융시장 환호.. 원달러 환율 11.4원 내려
멕시코 페소화 급등

[미국대선 첫 TV토론] 힐러리 우세에 아시아증시 급반등.. 엔·금값 급락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26일(현지시간) 토론회에서 우세를 보임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클린턴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친시장 성향으로 분류된다. 금융시장 급변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엔이나 금 같은 안전자산 가치는 떨어졌다. 그동안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급락했던 멕시코 페소 가치도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이날 미국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시장에서는 클린턴이 토론에서 이겼다고 본다며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아직 여론조사 결과로 나온 것이 아닌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약세, 멕시코 페소는 급등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TV토론이 현지에서 오후 9시에 시작한 만큼 크게 요동치지 않았지만 불안이 해소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토론에 앞서 전날보다 0.91% 하락한 1만8094.83에 마감했으나 토론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CNBC에 따르면 다우 선물지수는 토론 종료와 함께 100포인트 이상 뛰었다.

미국 투자은행 BMO프라이빗뱅크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를 통해 "초기 지표를 살펴보면 힐러리가 토론에서 이겼거나 최소한 지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이어 "선물시장에 투자자가 몰리고 멕시코 페소 가치도 상승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집권 시 이민장벽 설치와 보호무역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추정되는 멕시코의 페소 가치는 토론 시작 당시 달러당 19.89페소에서 3시간 뒤 19.50페소로 급변했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시장이 열려있던 아시아에서는 보다 민감한 반응이 나왔다. 닛케이225지수는 토론 결과 클린턴이 우세를 보이면서 27일 전장에 비해 0.84%오른 1만6683.93에 마감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 가치는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달러당 100.78엔으로 전날 같은 시간에 비해 0.18% 떨어졌다. 한국 원 가치 역시 달러같은 안전자산을 찾는 손길이 잦아들면서 강세를 보였다. 원 가치는 27일 전 거래일보다 1.03% 오른 달러당 1096.50원에 장을 마쳤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미국 시장에서 토론 시작시간 기준 31.1g당 1341.50달러에서 3시간이 지나자 1338.60달러로 급락했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의 안드레스 하이메 국제외환 및 환율 전략가는 "만약 금융시장에서 클린턴이 잘했다고 본다면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관계자들의 판단이 일반 유권자와 같다고 볼 수 없으며 앞으로 며칠 안에 나올 지지율 조사에서 두 후보가 또다시 박빙이라면 시장에 매도 움직임이 거세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 여전...불확실성 지속될 수도

다른 투자자들도 대선에 따른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토론 전날 미국 씨티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씨티는 관련 보고서에서 은행에서 추정하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35%에서 40%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은행은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박빙을 나타내고 있으며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상향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씨티는 "만약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금과 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 전 블룸버그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트럼프가 43%의 지지율로 클린턴을 2%포인트 앞섰다.

씨티는 "현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올해 국제 경제성장률 전망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씨티는 금 가격이 올해 4.4분기에 트럼프 당선 시 31.1g당 1425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같은 날 모간스탠리 역시 '트럼프 정부'의 탄생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토론 직전 내놓은 보고서에서 시장이 트럼프 체제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정부는 출범 초기에 미미한 성과만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모간스탠리는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은 감세와 보호무역정책 2가지라고 봤다.

다만 모든 예측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모간스탠리는 만약 트럼프가 반론이 많은 보호무역정책을 보류하고 비교적 동조세력이 있는 감세안을 먼저 실행할 경우 '의도치 않은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