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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공포 확산, 사람 간 감염 헬리코박터균 '위험수위'

원인.증상 : 대변.타액등 통해 감염확산.. 각종 위. 위장질환 일으켜 심할땐 혈액.면역질환 유발
치료방법 : 호흡 또는 위내시경 검사.. 감염 확인땐 항생제 처방 임의로 약 중단은 금물

감염병 공포 확산, 사람 간 감염 헬리코박터균 '위험수위'

최근 들어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 집단감염 사고가 끊이지 않고 국민인식과 관리체제 부재 속에 후진국병인 결핵 집단감염도 잇따른다. 위암 발병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헬리코박터균)도 대표적인 감염병이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이 사람 간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특히 헬리코박터균은 우리나라 사람 60%가 감염된 실정이다.

■국민 60%가 헬리코박터 보균

4일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헬리코박터균 유병률은 약 60%에 달한다. 헬리코박터 보균자 중 16세 이상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성인에게 집중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암 발생 위험을 2~4배 높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헬리코박터균 보균자 중 약 20%에서 위장관 질환이 있고 1% 정도의 보균자에게서 위암이 발병한다.

김재준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위암센터장)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위 질환과 위암 발병이 높은 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때문"이라며 "세계 각국은 헬리코박터균이 위암 유발요인으로 밝혀지면서 '제균전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와 함께 위암 발병률이 높은 일본은 2013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모든 환자들의 치료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 유럽 국가들은 헬리코박터 감염자가 많지 않고 감염이 흔하지 않아 국가에서 제균을 해주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십이지장궤양, 위궤양, 위림프종 등으로 이어진 경우에만 제균 처방한다.

■세계는 헬리코 제균전쟁

헬리코박터균은 위에 기생하는 3㎛ 크기의 나선 모양 세균으로 편모를 가지고 있어 빠른 속도로 운동한다. 문제는 이 균이 위장에 감염을 일으켜 만성위염이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궤양,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등 각종 위장질환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이 같은 위장질환은 위암 발병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위 질환뿐 아니라 혈액질환, 면역질환, 신경계질환, 대사질환, 피부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균은 주로 사람 간에 전염된다. 대변이나 타액, 구토물 등을 통해 분변 대 구강, 구강 대 구강, 위 대 구강 경로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대변에서 살아서 분리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익히지 않은 채소나 어패류 등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

심기남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이사(이화여대 소화기내과)는 "헬리코박터균은 균 감염 여부를 조사해보면 대부분 4~6세 이전에 감염이 일어난다"며 "주로 가족인 엄마와 자녀가 지속적으로 접촉함에 따라 전염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어릴 때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식사를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엄마가 씹어서 아이에게 먹여주거나 도시가 아닌 거주환경, 가족수가 많을수록 감염 빈도가 높다.

■위험군, 조기 제균치료 필요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는 요소호기 검사, 조직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요소호기 검사는 간단한 호흡만으로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여부 확인이 가능하다. 조직 검사는 위내시경을 통해 조직에서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는 진료지침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과 위 말트림프종 △내시경절제술로 제거한 조기 위암 △만성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을 가진 경우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소화성 궤양의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장기간 저용량 아스피린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에는 항생제를 사용한다.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것이다. 치료 중간에 약을 임의로 끊거나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항생제 내성이 발생해 치료가 더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헬리코박터 치료 성공률도 70~80% 정도로 낮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