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물폭탄 피해에 시설 피해도 막심
제주공항 6500여명 고립.. 선박 전복 등 사고 잇따라
고속도로.철도 곳곳 끊겨.. 제주 2만5000가구 정전
현대車 울산 2공장 침수.. 철도 일부구간 전기 끊겨
강풍과 '물폭탄'을 동반한 태풍 차바가 제주도를 지나 남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부산.경남.전남지역에 피해가 속출했다. KTX 상.하행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가 하면 수만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고,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쓰러졌다. 특히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하늘과 바닷길이 대부분 막힌 데다 주요 입산로, 해상교량 통행이 통제되거나 제한됐다.
■잇단 사망·실종, 제주 해군기지 정전
5일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제주는 4일 밤부터 5일 새벽 4시까지 서귀포시 법환동.하원동.서홍동.표선면.토평동, 제주시 구좌읍.한경면.조천읍 등 도내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한전이 파악한 제주지역 정전 가구는 새벽 5시 기준 총 2만5000여가구다. 특히 해군 제주기지전대에서도 정전이 발생했다가 주요 시설은 자가발전기로 복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오전 7시 4분께 제주항 제2부두에 정박 중인 어선에 옮겨타려던 선원 추정 남성 1명이 바다로 떨어져 실종됐다. 항내에 정박 중인 어선 2척이 전복되고 요트 한 척이 침몰됐다.
이날 새벽부터 장대비와 함께 최대 순간풍속 20m/s가 넘는 강풍이 불기 시작한 부산도 물탱크가 떨어지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태풍 피해가 잇따랐다. 부산 강서구 대항동 방파제에서는 이날 오전 10시43분께 어선 결박상태를 점검하던 허모씨(57)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부산 해안가에서는 파도가 8∼9m로 높게 일었다.
특히 이날 제주공항과 김해공항 등에서 오전 항공편 상당수가 지연 또는 결항됐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국내외 항공기 42편이 결항돼 관광객 등 6500여명이 고립됐다.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대구에서도 피해가 발생, 가로수 12그루가 부러지거나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금호강 보행교, 동화천 잠수교, 신천 징검다리 등 30곳의 통행이 차단됐다.
■철도.항만 등 피해 속출
태풍의 영향으로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 생산라인이 일부 침수되고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동해남부선 일부 구간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거나 토사유입, 침수 등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고속철도는 경부고속철 신경주역∼울산역 간 단전으로 신경주역∼부산 간 KTX 상.하행 열차의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경부선 고속철도는 서울역에서 신경주역 또는 동대구역까지 운행됐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일부 고속열차는 운행되지 못했다.
단전은 울산역 북쪽 부근 철길 위 도로에 설치된 난간이 바람에 날려 전차선 위에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KTX 울산역에서 서울로 가는 열차 7편 운행이 중단됐다.
한국도로공사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9시1분께 중부고속도로 고성터널 출구부 사면 토사 유실이 발생해 통영방향 통행을 제한했다. 이 구간을 통영방향으로 이동하는 차량은 연화산IC로 진출한 후 국도를 이용, 고성IC로 우회해 진입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광주.전남 여수지역 등 남부지방 해상과 항만에서도 강한 비바람으로 곳곳에서 피해가 이어졌다.
전역에 태풍특보가 발효된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는 어선 2만7372척이 항구로 대피했고 양식장 1103개소,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5663개소가 결박.고정됐다.
이날 오전 8시55분께 전남 여수시 수정동 오동도 방파제에서 1321t급 여객선 미남크루즈호 선원 2명이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선원들은 현장에 함께 있던 해경 122구조대에 의해 약 20분 만에 모두 구조됐다.
미남크루즈호는 이날 태풍을 피해 오동도 인근 여수 신항으로 피항했다가 바람에 밀려나 방파제와 충돌했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이번 태풍으로 이날 오후 3시 현재 사망자 3명, 실종자 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구자윤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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