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오래된 소형 아파트를 구매해 집 주인이 된 새내기 하우스푸어입니다. 처음 입주했을 때는 주택가격 상승 붐을 타고 집값이 꽤 많이 올라 같은 층에 사는 이웃들로부터 "집 참 잘 샀다"는 부러움 섞인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2년마다 살 집을 구하러 다니고 매달 월세를 내는 것보다는 원리금 상환이 부담되더라도 큰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게 낫다 싶어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니 당장 생활은 빠듯하지만 집값이 떨어지지만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생각에서였죠.
그런데 한달 두달 원리금을 갚다 보니 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나중에 소득이 늘면 조금 여유가 생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빚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를 훨씬 웃돈다니 당장 목돈이 더 필요하게 되면 어떻게 융통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금융위에서 가계부채 대책 중 하나로 총체적 상환부담 평가시스템(DSR) 지표를 산출해 참고자료로 쓰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자는 건데 이 수치가 40%를 넘어가면 한계가구로 분류됩니다.
더 큰 문제는 집값 하락입니다. 2014년 이후부터 신규분양이 증가하고 재개발 붐이 일면서 저금리에 투자할 데 없는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거품'이 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52만가구, 올 상반기에만 24만가구에 달하는 분양물량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됩니다.
이 때부터는 집을 다 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시장에 쏟아지는 등 주택 가격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정부에서 매번 대책을 내놓긴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분할상환에서 총량규제까지 매번 바뀌는 처방전 때문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세를 사는 것보다는 가능하다면 집을 갖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당장의 지출에다 집값 하락 문제까지 고민할 것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월급쟁이들입니다. 적어도 정책만큼은 예측이 가능했으면 합니다.
sane@fnnews.com 금융부 박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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