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2차 TV토론 상대 약점에 끈질긴 공세
1차와 달리 분위기 냉랭
사퇴 압박 받던 트럼프 비난 잠재우기 성공 평가
남은 대선기간 공격 지점
트럼프-차별주의자 논란 힐러리-신뢰문제 등 부각
굳히기 vs. 대반격 예고
【 뉴욕.서울=정지원 특파원 이병훈 기자】 9일(이하 현지시간) 저녁(한국시간 10일 오전 10시) 펼쳐진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간 2차 TV토론은 예상대로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환하게 웃으면서 서로에게 악수를 청하던 1차토론 때와 달리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오른 두 후보는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이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 사태,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토론 전반을 지배한 분위기는 상대방 약점에 대한 끈질긴 공격이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최근 잇단 악재로 후보사퇴 압력까지 받았던 트럼프가 토론전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는지 여부였다. 트럼프는 2차 토론 직전 미스유니버스 비하, 연방소득세 회피 의혹, 음담패설 녹음파일 논란 등으로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일단 토론 승자로 클린턴을 꼽았다. CNN은 2차 토론 직후 시청자들을 상대로 실시간 여론조사를 한 결과 클린턴이 잘했다는 응답이 57%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잘했다는 답변은 34%에 그쳤다. WP는 클린턴을 '승자', 트럼프를 '패자'로 명확히 판정했다. 이에 따라 클린턴은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 벌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최대 약점인 e메일 스캔들과 건강이상설 등으로 한때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트럼프에게 역전 당하기도 했지만 1차토론에 이어 2차토론에서도 우세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판세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가 이날 토론에서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가 TV토론 직후 트럼프의 대승을 주장하면서 전폭적 지지를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펜스는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 사태가 터졌을 때 러닝메이트이면서도 트럼프를 비난했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었다.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를 사퇴시키고 펜스를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날 토론을 지켜본 워싱턴 정계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대선 도전 후 자신의 최대 위기였던 음담패설 녹음파일 사태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선을 위해 필요한 여성과 흑인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CNN의 존 케이그는 "트럼프가 이날 토론에서 지지층의 확고한 지지를 묶어두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선에 필요한 유권자를 확보한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은 선거운동 기간을 두 후보는 '굳히기'와 '대반격'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의 트럼프 공격 포인트는 여성.인종.종교 차별주의자, 납세회피자 등이다.
이에 맞서 트럼프는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 등 신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후보는 오는 19일 3차이자 마지막 TV토론을 갖는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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