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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0대 첫 국감 F학점.. 부끄럽지 않은가

파행.폭로.호통 구태 반복.. 4.13 총선 민의 되새겨야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역대 최악이라는 중간성적표를 받았다. 전국 27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지난 12일 중간평가 보고서에서 "헌법상 책무인 국감을 보이콧한 여당의 무책임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몰입해 민생과 정책은 뒷전인 야당의 무능력을 통탄한다"며 F학점을 매겼다. 모니터링을 시행한 지 18년이 됐지만 이런 국감은 처음이라고도 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2014년 C+, 2015년 D)보다도 인색한 평가다.

이번 국감은 출발부터 반쪽으로 시작했다. 야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게 발단이 됐다. 거대 야당의 횡포라며 새누리당이 보이콧하는 바람에 98개 기관 국감이 무산되고, 137개 기관은 야당만 참석하며 파행을 겪었다. 새누리당이 4일 만에 복귀했지만 그 뒤부터는 이전 국감의 재방송을 보는 듯했다. 무분별한 증인 채택, 호통과 막말, 수준 이하의 질문 등 꼴불견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일부 기관은 자리만 채웠지 질의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돌아갔다.

특히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정책국감은 사실상 실종됐다.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감사에선 당초 법인세 등 조세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됐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질의로 채워졌다. 여야는 청와대 방어와 공격에만 몰두했다. 질의의 초점도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아니라 증인으로 나온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집중됐다.

20대 들어 국회의원 절반이 물갈이됐는데도 변한 게 없는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다. 실력 부족인지 벌써부터 기성 정치인화한 건지 궁금하다. 모니터단은 초선 의원 132명 가운데 '국감 스타'는 1명도 선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 정책과 예산 집행 등 감시와 견제기능을 수행하는 국감 본연의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니 국감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건 당연지사다. 이런 부실 국감이 더 계속돼선 안 된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대안은 숱하게 나와 있다. 상임위별 수시 감사로 전환하는 게 대표적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부 기관은 격년제 국감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제 남은 국감 일정이라도 바뀌는 모습을 보여달라. 6개월 전 4.13 총선의 민심을 잊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