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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유족, 백남기씨 부검 입장차 평행선.."누가 조작을"VS"사인과 증거 뚜렷"

고 백남기씨(69) 부검 문제와 관련, 경찰이 유족측과 협의를 위해 1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으나 유족측은 "부검을 전제로 협의는 없다"며 경찰과 만남을 거부했다. 경찰과 면담을 대신 진행한 유족 법률대리인측은 경찰이 강제집행을 앞두고 명분을 쌓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유가족 또 입장차 여전
이날 오후 2시 1분께 장경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은 근무복을 입은 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탁기주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장과 서현수 종로경찰서 형사과장도 대동했다.

장 수사부장은 "유족들에게 부검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5차 협의 공문을 가지고 왔다"며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장례식장 1층에 마련된 상담실에 들어갔다. 경찰이 들고 온 5차 공문은 부검 협의를 위해 대표자를 선정하고 협의 일시·장소를 통보해달라는 것으로 1~4차와 같다. 통보 시한은 19일이다.

유족측의 면담 거부로 이정일 변호사 등 법률대리인 2명이 장 수사부장과 15분 가량 만남을 진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찰과 유족은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장 수사부장은 면담을 끝내고 나온 뒤 "사인을 명확히 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게 법의학자들의 의견이며 동시에 온 국민이 다 쳐다보는 사건"이라며 부검을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경찰이 사인을 조작한다고 하지만 누가감히 사인을 조작할 수 있는가"고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에 유족측 법률대리인측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 영장 철회를 경찰에 요구했으나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협의 결렬을 알렸다. 법률대리인 이정일 변호사는 "경찰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부검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인과 증거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지난해 있었던 빨간 우의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를 물으니 집시법 위반과 도로교통 방해죄만 적용됐다"며 "이는 경찰이 결국 폭행 부분에 대해서 전혀 무관하다고 판단했기에 나타난 결과"라고 강조했다. 법률대리인측 조영선 변호사 역시 "경찰이 빨간 우의에 대해 폭행 치사 관련 수사를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사실상 빨간 우의도 이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해프닝이며 영장 첨부하기 위해서 꺼낸 짙은 의혹이 아닌가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사전 협의 안돼..."경찰 막무가내식 방문"
지난 4차 협의보다 면담 시간이 5분 가량 늘고 면담 대상도 서장급에서 경무관급으로 당사자의 무게감도 달라졌다. 그러나 투쟁본부측은 강제집행을 앞두고 경찰이 명분을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명숙 백남기 투쟁본부 관계자는 "유족측과 사전에 협의를 전혀 하지 않고 경찰이 마음대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 역시 "경찰이 계급을 한단계씩 올리는 등 구색 갖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강제집행을 앞두고 집행에 대한 명분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번 4차 방문때 홍완선 종로경찰서 서장이 방문했는데 이번에 계급이 더 높은 장 수사부장이 찾은 것은 유가족에게 예우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경찰의 진정성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