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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0년 시효 지난 北주민 상속권 인정 안돼”

부모 등 피상속인이 사망한 뒤 민법상 상속회복 청구 기간인 10년이 지난 뒤 탈북한 상속인은 상속받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현행 남북가족특례법(이하 특례법)은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민법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제척기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선 별도의 규정이 없어 혼선이 일어왔다. 대법원은 특례법 취지가 북한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법 해석은 대한민국 민법을 준용하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탈북자 이모씨(47)가 고모를 상대로 낸 상속재산 회복소송의 상고심에서 "이씨의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했다"며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법적 혼란을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특례법으로 제척기간을 인정하게 되면 민법을 비롯한 전체 법 체계를 혼란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중 서울에서 실종 처리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에서 생활하다 2004년 브로커를 통해 한국의 가족을 접촉한 혐의로 당국에 적발돼 2006년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이후 이씨는 2007년 탈북해 2009년 한국에 입국했다.

국내에서 이씨는 할아버지가 1961년 숨지면서 이씨 고모와 삼촌에게 전 재산을 상속해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뒤 사망한 고모의 자녀들과 삼촌을 상대로 상속회복 소송을 냈다.

재판은 부모나 조부모가 사망해 상속이 발생한 후 10년이 지나 탈북해 입국한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을 상대로 상속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특례법은 남북 이산으로 인해 피상속인인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은 민법 999조 1항에 따라 상속회복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례법은 민법 999조 2항의 제척기간에 대해선 명시적 규정이 없어 논란이 됐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을 지나면 행사할 수 없다.

1심은 "명백한 규정이 없는 한 특례법은 민법상 권리행사 기간을 배제한다고 봐야 한다"며 특례법에 우선해 민법상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 삼촌은 항소를 포기했지만, 고모의 자녀들이 항소했다.

반면 2심은 "특례법이 민법상 제척기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남한 주민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북한 소재 재산처리와의 형평 등을 감안해 특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남북 분단 장기화로 북한주민에 대한 상속권이 침해된 때부터 10년이 경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특례법 해석상 북한주민에 대해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을 연장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률해석의 영역에 남겨 두기 보다는 입법을 통해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제척기간을 연장할 경우 남한주민이 입게 될 불측의 손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입법 과정에서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