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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친구 결혼식'이라고 후기를..온라인광고 기승에 소비자 '불쾌'

#.결혼 2년차인 최모씨(31·여)는 자신이 결혼했던 예식장과 드레스샵 등을 온라인으로 검색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친구 결혼식'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 다름 아닌 최씨의 결혼식 후기였던 것이다. 해당 후기에는 예식장면은 물론이고 포토테이블, 식사 메뉴를 찍은 사진과 함께 '친구 결혼식에 갔는데 참 예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씨는 혹시 지인일까 하는 마음에 블로거의 사진을 찾아 봤으나 남편과 가족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최씨는 포토테이블에 올려진 본인과 남편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있어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웨딩업체서 컨셉 잡아주기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혼란과 피해를 막기 위해 온라인에 게재된 광고성 글에 대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이하 지침)을 2011년 고지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네이버 등 포털에서 '친구 결혼식'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최씨 경우처럼 웨딩업체에서 고용된 블로거들이 올린 광고성 후기가 많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23일 웨딩업계에 따르면 블로거를 고용해 결혼식장, 결혼준비 서비스업체 등에 대한 광고성 후기가 공공연히 게재되고 있다. 업체로부터 비용을 받고도 이런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채 광고성 후기를 게재하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부 블로거는 업체로부터 전문사진사가 촬영한 사진을 제공받아 신랑, 신부와 혼주들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하고는 '친구 결혼식'인 것처럼 글을 올리는 것이다.

광고를 위해 일면식도 없는 블로거를 개인의 결혼식장에 체험단으로 고용하는 웨딩업체가 늘자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은 본인 사진이 광고로 사용될 것을걱정한다. 지난해 결혼한 유모씨(33)는 "'친구 결혼식'이라는 컨셉을 업체에서 잡아주는 경우가 많고 블로거를 고용하는 일은 '일반적'이라고 할 정도"라며 "결혼 당사자 동의없이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위법을 피하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까지 한 경우 법적 대응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2년전 지침 개정했으나..
공정위는 2011년 7월 소비자가 속을 수 있는 추천·후기 글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상품에 대한 글을 올릴 경우 표준문구에 따라 작성자와 광고주 간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토록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시행중이다.

그러나 지침 시행 2년이 지나도록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자 공정위는 2014년 6월 지침을 개정했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할 때는 공정위가 정한 표준문구에 따라 '경제적 대가' 또는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표현(현금, 상품권, 수수료, 포인트 등)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표준문구 위치는 각 게재물의 처음이나 마지막에 배치하고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본문보다 글자를 크게 하거나 색깔을 달리 표시하도록 했다.

이처럼 공정위가 나서 온라인상 광고성 후기글 지침을 내놨지만 문제는 여전한 것이다.
법률상담센터 관계자는 "웨딩업체와 계약서 작성 때 '제3자 정보제공 동의'나 광고 동의를 구하는 서류에 서명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고법 행정 7부(부장 황병하)는 지난해 11월 블로거에게 돈을 주고 홍보성 글을 올리게 하면서 이를 밝히지 않은 C커피프랜차이즈 업체가 공정위를 상대로 "표시광고법위반 과징금 9400만원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C업체 행위는 '기만적인 광고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