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통계·그래픽을 통해 본 한국사회] 돈 때문에 결혼 못하고, 결혼해도 양육 부담에 출산 꺼려

(1)아이 갖지 않는 시대
1인가구 520만가구… 25년새 5배 늘어
미혼남성 11% "소득 적어서 결혼 안해"
자녀계획 없는 기혼여성 절반이 경제문제

통계는 어떤 현상을 종합적으로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일정한 체계에 따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숫자에는 어떠한 사상도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어떤 현상을 사실 그대로 직시하기에 통계만큼 객관적인 것도 없다. 파이낸셜뉴스는 '통계.그래픽을 통해 본 한국사회' 기획을 통해 현시대 대한민국의 민낯을 가감없이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통계·그래픽을 통해 본 한국사회] 돈 때문에 결혼 못하고, 결혼해도 양육 부담에 출산 꺼려


#. 혼자 삼겹살

"앞으로 두 달 후면 벌써 서른"이라는 서미영씨(가명)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끼니를 혼자 해결했는지 자랑하기 시작했다. "열아홉살 겨울, 대학입학을 위해 첫 상경했을 때에는 길거리 떡볶이조차 혼자 먹지 못했다"는 서씨는 이제 혼자서 고깃집도 드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삼겹살뿐 아니라 김밥, 짜장면, 짬뽕, 육개장 칼국수, 초밥, 파스타, 치킨과 맥주 등 수많은 맛집의 음식사진이 '해시태그(#) 혼자'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바로 '혼밥족'이다. 서씨처럼 혼자 사는 1인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총 520만3000가구로 집계돼 전체(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1990년 102만1000가구였던 1인가구는 25년 사이 5배로 늘었다.

#. 결혼은 무슨

이영훈씨(가명)는 "석달 전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서른인 그는 동갑내기 전 '여친'으로부터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며 "그래도 그 친구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국내 한 연구원의 '인턴'이다. 그런 그에게 전 여자친구는 "없으면 없는 대로 결혼을 하자"고 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내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도 전국 출산력 조사'를 보면 미혼남성의 10.9%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득이 적어서'라고 답했다. 결혼과 관련, 가장 필요한 결혼정책으로는 '청년고용 안정화'가 32.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 NO BABY

결혼 3년차인 선수경씨(가명)는 양가 부모님께 아직 말 못한 비밀이 있다. 결혼과 동시에 피임시술을 받고 이른바 '딩크족'이 된 것. 망설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선씨는 "사실 나는 아기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기라면 질색을 한다. 남편은 대학 과동기로 10년 넘도록 연애를 하는 동안 결혼을 해도 절대로 아기를 갖지 않겠다고 지겹도록 말했다"고 했다. 결국 "자신의 인생을 아이를 키우는데 소모하고 싶지 않다는 남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것이 선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선씨가 결심을 굳히게 된 결정적 요인은 다름 아닌 '경제적인 여유로움'이다. 현재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들 부부는 서른넷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내집을 '스스로' 마련했다. "맞벌이가 아니었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선씨 같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실제 기혼여성 가운데 '결혼은 했지만 자녀계획은 없다'고 응답한 이들의 50.8%가 경제적인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 노인>유소년

경북 의성군 신평면의 11개리를 모두 합치면 서울 여의도 면적(2.9㎢)보다 약 18배 넓다. 그런데 이 광활한 지역에 산부인과, 어린이집, 유치원이 한 군데도 없다. 경로당은 15곳이나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신평면을 전국에서 '30년 뒤 사라질 위험'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기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데, 신평면은 주민 811명(올해 7월 주민등록 기준) 중 노인이 444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신평면과 같은 곳이 늘어나다 보니 현재 대한민국 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줄세웠을 때 한복판에 있는 중위연령은 1980년 21.8세에서 지난해 41.2세로 높아졌다.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노인 비중이 14%에 이르는 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또 내년부터 노인이 유소년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세 이하 어린이 수를 앞지르는 것이다. 총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은 2030년 이후이지만 세가지 지표가 겹치는 2017년은 본격적인 인구구조 지각변동의 원년인 셈이다.

#. 헛발질 정부

이대로 가다간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인구(노인 및 어린이)가 101명으로 늘어나 부양자보다 피부양자가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실제 1970년생은 출생 당시 100만7000명이었지만 2015년생은 43만80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출산율(1.21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68명)를 한참 밑돌다보니 한국에 대한 국제기구의 보고서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저성장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빠지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당장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7월 3만6000명보다 7.4% 감소한 3만3900명으로 집계됐다.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저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내놓은 난임부부 지원, 남성육아휴직 수당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저출산 극복 종합대책'은 적절한 처방이 아니란 비판이 나온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결혼만 하면 자녀를 출산할 것이라고 보는 정책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혼인건수가 급감한 이유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너무나 뚜렷한 이유에 대해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 해남의 비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곳은 전남 해남군이다. 해남군은 4년 연속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해남의 합계출산율은 2.46명으로 전국 평균(1.24명)의 두 배에 달한다. 최하위인 서울 종로구(0.81명)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체 인구 7만명의 땅끝마을 해남군의 지난해 출생아는 839명으로 하루 평균 2명 이상의 아기가 태어났다.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4명에 머물렀지만 전폭적인 출산지원정책으로 2012년 2.4명을 기록한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경제적인 지원'에 있다. 해남군은 신생아의 양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첫째아이는 300만원, 둘째아이는 350만원, 셋째아이는 600만원, 넷째아이는 72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 밖에 미역과 쇠고기, 아기 내의 등 출산선물을 주고 아기 이름도 무료로 지어주는 등 소소한 감동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해남의 사례를 경제적 지원의 효과로 보고 있지만, 국가 전체로 이를 확대하려면 장기적으론 무상교육을 포함,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