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에 걸쳐 계열사인 에코그린캠퍼스를 부당지원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양식품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다만 공정위가 에코그린캠퍼스 이전에 다른 계열사인 내츄럴삼양 부당지원 혐의를 근거로 삼양식품에 대해 과징금을 가중해 산정한 것은 내츄럴삼양 사건이 대법원에서 부당지원이 아니라고 밝혀진 만큼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이균용 부장판사)는 삼양식품과 에코그린캠퍼스(이하 에코그린)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정명령은 적법하고 과징금은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20년간 계열사에 인력·차량 무상 제공
공정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199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20년간 회사 임직원 총 13명에게 강원도에서 대관령 삼양목장을 운영하는 에코그린의 업무를 맡기고 인건비도 대신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양식품은 또 2007년 4월∼2014년 11월 에코그린의 관광사업에 필요한 셔틀버스를 연평균 450대씩 공짜로 빌려줬다. 삼양식품의 부당지원 규모는 총 2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에코그린캠퍼스가 10여 년간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삼양식품 지원에 힘입어 경쟁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여건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특수관계인 등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부당지원 행위’를 했다며 지난해 9월 삼양식품과 에코그린캠퍼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3억 100만원, 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에코그린캠퍼스는 2014년 12월 기준 총수일가가 20.25%의 지분을 갖고 있고 삼양식품이 48.49%,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 격인 내츄럴삼양이 31.13%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삼양식품, 공정거래법 위반 인정
그러자 삼양식품 측은 “지원 기간 에코그린과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던 목장이 없어 지원 영향을 사실상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이 저해되지 않아 부당지원으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양식품의 지원행위는 에코그린에게 경제상 이익을 주어 그로 인해 다른 경쟁사업자들에 비해 경쟁수단이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자들이 추가로 진출하거나 사업범위를 확장하기 어렵게 하는 등 목장시장의 공정경쟁이 간접적으로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시정명령은 정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에코그린에 대한 과징금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법 위반으로 조치 받은 후 3년 이내에 동일한 유형의 위반행위로 조치 받은 경우’를 과징금 가중 사유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에는 삼양식품이 이번 사건에 앞서 건더기 스프 등을 만드는 계열사인 내츄럴삼양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3월 삼양식품이 실제로 유통역할을 하지 않는데도 불법으로 이익을 몰아줘 내츄럴삼양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7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3월 "삼양식품이 내츄럴삼양에 공급한 가격이 다른 대형할인점에 대한 공급가격과 차이가 없거나 유사해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3년 이내 앞선 위반행위와 동일한 유형의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를 과징금산정의 가중요소로 고려한 것은 중대한 사실을 오인해 재량기준을 위반한 결과가 돼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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