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비선 실세' 최순실 전격 귀국] 외교·통일부 브리핑서 ‘최순실 질문’만뒷전으로 밀린 북핵·안보

외교.안보부처 정례브리핑
대북공조 등 질의는 실종.. 최순실 관여에 해명 급급
한.일 군사정보협정 재개.. 北 인권결의안 유엔 상정.. 굵직한 외교 현안들 묻혀

'비선실세' 최순실이 귀국한 가운데 청와대가 흔들림 없는 국정 운영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당장 31일부터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확대 부총리 협의회'를 매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비상체제로 전환했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동력을 얻기 어렵게 됐다.

■北 미사일 도발 가능성은

정부는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도 분야별 현안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특히 연일 최순실 사태를 언급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는 북한과 관련, 어떤 도발에도 즉각 대피할 수 있는 대비 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무겁다. 최순실 파문이 불거진 지난 24일 이후 외교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의 정례브리핑은 절반 이상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질문들로 채워졌다. 보통이라면 국제사회 대북정책 공조, 북핵, 북한 인권, 탈북자 등이 주질의가 되는 자리에서다.

특히 북한이 이번 사태를 실시간으로 보며 대남 비난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도발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의도적 대남군사 도발보다 오히려 쌍방 간 의도치 않은 오인과 긴장에 의한 실수로 충돌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북한보다 우리 측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유도할지가 더 걱정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이) 쌍방 간 군사적 충돌발생의 손익계산 후 정당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이 쉽게 행동으로 옮기는 자충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대남도발보다 오히려 탄도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와 같은 도발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 군의 특이 동향은 현재로서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북한은 언제든 어떤 형태의 도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군 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대북제재안 등 현안 이슈는 묻혀

그러는 사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협상이 4년 만에 재개되고, 새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 상정되는 등 굵직굵직한 외교 안보 현안이 이어졌지만 말 그대로 묻혔다.

특히 GSOMIA는 이명박정부 당시 추진하다 밀실처리 논란으로 여론이 반발해 무산된 이슈다. 왜 하필 이 시점이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심각해진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야권은 "군사적으로 일본과 손잡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저지하겠다"고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지금 눈치도 없이 왜 이런 걸 꺼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순실 블랙홀에 빠진 국회는 관련 논의를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중국 무역보복 가능성, 한.미.일 공조의 추가 대북제재안,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 등 첨예한 외교안보 이슈가 산적했지만 제대로 추진될 수 있는지에 대해 낙관하는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통령과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간 오찬 간담회 일정도 전날 밤 급하게 연기됐다.

psy@fnnews.com 박소연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