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이 단명(短命)한 이유 네 가지가 밝혀졌다. 당시 △의학의 한계 △비위생적인 생활습관 △과도한 영양 섭취에 따른 혈액성 염증질환 △과색(過色)이 평균 수명이 50세를 넘지 못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백석예술대 외식산업학과 김수진 교수는 논문을 통해 "조선 왕의 평소 질병과 사인(死因) 중 가장 흔했던 것은 지금은 가벼운 질환이라 할 수 있는 '종기'였다"며 "소독약·항생제가 없었던 시절에 종기는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고 31일 밝혔다.
문종·성종·효종·정조·순조 등이 종기에 따른 패혈증으로 숨졌다.
조선 왕은 의외로 목욕을 자주 하지 않는 등 개인위생 상태가 나빴다. 날씨가 쌀쌀할 때 옷을 벗으면 풍기(風氣)가 엄습해 병이 생긴다고 여겨서다. 특히 온천욕 등 온수 목욕을 하면 진액(津液)이 빠져 원기가 손상돼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했다.
김 교수는 "조선 왕의 불결한 위생습관은 후궁이 많았던 왕에게 성병·감염병을 유발한 원인이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조선 왕은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정원을 산책하는 정도였다. 심한 스트레스, 지나친 음식섭취, 운동 부족도 조선 왕의 건강을 해쳤다. 왕의 운동 부족과 비만은 혈액성 염증질환을 불렀다.
김 교수는 "조선 왕의 영정을 보면 모두 배가 나오고 덩치가 큰 비만인이었기 때문에 성인병을 많이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과식과 고지방 음식 섭취로 인한 혈액성 염증질환 탓에 숨진 것으로 여겨지는 왕은 태조(당뇨병)·세종(당뇨병)·중종(노환)·숙종(노인병)·영조(노인성 질환) 등"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후궁을 거느린 조선의 왕은 건강에 해로울 정도로 여색에 빠져 피로가 누적됐을 뿐 아니라 성병 등 건강에 해를 입었다. 조선 왕의 비와 후궁의 수는 태종·성종 12명, 중종 10명, 정종·선조 8명이었다. 자식 수도 세종 32명·태종 29명·성종 28명·선조 25명·정종 23명 순이었다.
김 교수는 "조선 시대에는 피임기구·세정제가 없어 조선 왕은 성병에 취약했다"며 "임질·매독이 많았는데 성종·중종·숙종·정조·순조는 매독 증세를 보인 것으로 '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조선 왕조의 유전 탓에 단명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김 교수는 "문종(39세)·단종(17세)·예종(20세)·성종(38세)·연산군(31세)·인종(31세)·명종(34세)·현종(34세)·경종(37세)·헌종(23세)·철종(33세) 등 단명한 왕은 자신의 부모·조부·조모보다 훨씬 빨리 숨졌다"며 "왕조의 유전 때문에 단명한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선의 왕보다 왕자의 평균 수명은 더 짧았다. 왕자의 평균 사망나이는 38.6세인데 이중 살해됐거나 20세 전에 숨진 왕자를 빼면 평균 사망나이는 45.3세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외식산업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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