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태블릿 소유 등 부인
횡령·배임 혐의는 적용 안돼
법원, 2일 영장실질심사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반포대로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정농단 파문을 일으킨 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2일 청구됐다. 최씨의 구속 여부는 3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거쳐 결정된다.
■직권남용, 사기미수 적용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직권남용과 사기미수다. 직권남용죄는 범죄 당사자가 공무원일 때 적용된다. 검찰 관계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모의, 재단 설립과 관련된 돈을 걷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 부분은 모두 3가지다.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내도록 한 혐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에이전트 계약과 관련한 혐의,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낸 것과 관련한 혐의 등이다.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기미수 혐의도 적용됐다. 최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업체 더블루K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4억원과 3억원짜리 연구용역 2건을 따내 진행하려다 실패한 것과 관련된 부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더블루K는) 연구용역을 진행할 만한 능력이 전혀 안 되고, 심지어 제안서조차 쓸 수 없는 회사"라며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형법이 정한 사기죄 처벌규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당초 법조계에서 제기된 횡령.배임 등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이 횡령.배임의 전제가 되는 '재단기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와 관련해서 (재단에서) 돈이 건네졌다는 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그렇게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전했다.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3일 오후 3시에 서울중앙지법 한장석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이때로부터 20일간 구속 상태에서 최씨를 조사할 수 있다.
■"배제된 혐의 없다"
이날 오전 10시께 검찰에 재차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최씨는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물증인 태블릿PC 소유 여부, 안 전 수석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의 관계 등 혐의와 관계된 모든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태블릿PC는 검찰의 복원.분석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최씨 본인의 셀피와 친척 사진이 다수 저장돼 있어 실소유주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의 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컨설팅비용 명목으로 삼성이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독일법인에 280만유로(당시 환율 35억원 상당)를 송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곧 삼성에 대해서도 (관계자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재단이 아니라 최씨 측에 직접 돈을 건넨 건) 삼성만 (확인됐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속적인 수사를 통해 최씨의 혐의를 추가해나갈 방침이다. 당초 언급된 횡령과 배임, 탈세,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도 수사 결과에 따라 모두 추가 적용이 가능하다. 이 밖에 최씨가 청와대에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의혹, 로비스트 린다 김과 연계해 전투기 도입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딸의 이화여대 입학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차차 검증해나갈 방침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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