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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지진대응체제 구축 시급] "한국지진은'내륙형'.. 규모 같아도 피해는 일본의 10배"

2016 FN 긴급진단 포럼 세션 1: 체질 바뀐 한반도, 지진예측은?
기조연설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 명예교수
경주.울산서 일어난 지진 진원이 지표와 가까운 내륙형
피해 즉각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경보시스템 효과 적어
내진설계 강화하는 게 우선

[한국형 지진대응체제 구축 시급] "한국지진은'내륙형'.. 규모 같아도 피해는 일본의 10배"
'한국형 지진대응체제 구축 시급하다'는 주제로 파이낸셜뉴스와 부산파이낸셜뉴스 주최, 부산시, 미래창조과학부 후원으로 지난 4일 부산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캠코마루에서 열린 2016 FN 긴급진단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지진은 진원이 지표면에서 가까워 같은 규모의 일본 지진에 비해 피해가 10배 이상 클 수 있다"고 강조하고 "특히 진원이 얕은 한국 지진은 조기경보시스템(EEW) 개발보다는 내진설계 강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 부산=특별취재팀】 한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진원의 위치가 지표와 가깝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 규모는 10배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특히 지표에서 가까운 내륙형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한국은 일본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지진 조기경보시스템(EEW)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등 한국형 대응체제를 별도로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부산시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캠코마루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부산파이낸셜뉴스가 '한국형 지진대응체제 구축 시급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2016 FN 긴급진단포럼의 기조연설에 나선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진원이 얕기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지진은 내륙형 지진, 피해규모 외국보다 클 것"

가사하라 교수는 "울산과 경주 지진은 도시 바로 밑에서 발생한 '내륙형 지진'"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건물이나 시민들이 볼 피해는 외국의 어떤 지진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사하라 교수는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일어난 전진은 규모 6.5였음에도 불구하고 진도는 7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며 "이는 진원의 위치가 지표에서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진의 규모는 지진파로 발생한 총에너지의 크기다. 리히터규모로 국제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반면 진도는 건물이나 사람이 느끼는 지진의 강도다. 이 때문에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발생지역의 특성과 진원의 깊이 등에 따라 진도는 달라진다.

가사하라 교수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도 구마모토 지진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같은 규모라도 피해가 최대 10배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조기경보시스템보다 내진설계 중심으로 대응책 짜야"

이런 한국의 지진특성 때문에 대응책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가사하라 교수의 조언이다. 가사하라 교수는 "진원이 얕은 내륙형 지진은 즉각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몇 초 전에 지진 알림이 전달되더라도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사하라 교수는 "진원이 깊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EEW를 통해 시민들에게 지진발생을 예고하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진원이 얕은 한국 지진에서는 EEW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사하라 교수는 "한국에서는 EEW보다는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원전조차도 내진설계 기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지표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상상할 수 없이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 지금처럼 진도 6에 견딜 수 있도록 돼 있는 내진설계 기준은 턱없이 낮고, 기준 자체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고베 지진 이후 방재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재점검했다"며 "진도 6을 버틸 수 있도록 한 내진설계 기준을 7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지진으로 인해 위험한 피해가 발생할 확률은 30% 정도로 생각된다"며 "위기관리 시스템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가사하라 교수는 "시민들의 준비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상시 지진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비상용품 등을 꼭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 등 수뇌부도 최악의 지진피해 상황을 가정하고 테스트베드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세계의 지진, 과거 연구기록과 다르게 발생…사전 대비가 최선

가사하라 교수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전혀 다른 상황이 생겨나고 있다"고 세계의 지진 발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실제 일본 서부지역은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여겨졌으나 1994년 고베 대지진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 2004년 발생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은 무려 8년 가까이 여진이 이어졌다. 지난 4월 구마모토 대지진도 규모 6.5 전진이 발생하고 하루 만에 7.0 본진이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처럼 예상 외의 지각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게 가사하라 교수의 진단이다. 가사하라 교수는 "한반도는 그동안 지진이 거의 없었지만 현재 자주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지난 5월 울산 지진은 1600년대 대지진과 같은 위치이기 때문에 재난 방지를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료에는 1643년에 지난 5월 울산에서 발생한 규모 5.3 지진과 동일한 단층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특별취재팀 권병석 김기열 강수련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