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오른쪽 첫번째)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점검 긴급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 내정자는 현재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고 '비상대응 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금 상황을 위기 수준으로 인식, 비상대응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7일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은 여리박빙(얇은 얼음을 밟음)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우리 경제·금융시스템 전체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비상상황실을 즉각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금융당국과 협회 등 고위급 금융권 인사를 불러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함께 논의했다.
이 같은 회의 소집은 불확실성이 커진 미국 대선, 여기에다 '최순실 사태'로 야기된 국정혼란으로 국내 금융시장까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 위원장은 "대내적으로는 수출부진, 가계부채, 구조조정 리스크가 큰 부담이 되는 상황으로, 대내외 여건상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자칫 리스크 관리에 빈틈이라도 생기면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 위원장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비상상황실 가동, 국내외 시장 추이 점검에 나서겠다"며 "금융권 외화차입 여건과 대외 익스포저 관련 특이동향을 매일 점검하는 한편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을 상시 체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상황실은 금융위, 금융감독원은 물론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 합동 대책반 역할을 하게 된다. 임 위원장은 "모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빠짐없이 점검할 것"이라며 "필요시 이미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또 "외환·금융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신용평가사, 해외투자자, 국제기구 등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당부했다. 임 위원장은 "금감원이 나서 은행들이 고유동성 외화자산 추가 확보 등 외화유동성 관리를 한층 강화할 수 있도록 해주고, 금융사별 마련된 비상 외화조달계획을 재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임 위원장은 회의 내내 '위기상황'을 수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가 1997년, 2008년 위기 상황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그는 "현재는 펀더멘털 자체가 붕괴됐던 1997년 위기나 외환부문 취약성이 두드러졌던 2008년과는 같은 경제구조가 아니다"라며 "최상위권 재정정책 여력, 외환 금융건전성 등 기초체력은 충분해 극복 가능한 위기로 본다"고 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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