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대 여성 정모씨 부부와 정씨의 형부 등 3명은 동시에 카드사에 분실 신고를 했다. 세 사람은 자신들의 카드를 갖고 있는 누군가가 카드를 마음대로 썼다고 주장했다. 누군가 국내에서 자신들의 카드를 습득해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카드사는 정확한 분실 과정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씨 부부는 카드를 잃어버리기 직전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카드사의 조사 과정에서 진술 내용을 자주 바꿨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카드사의 의문은 늘었다. 특히 세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듯 카드 결제 직후 도난 신고를 한 점도 수상쩍었다. 그들 모두 카드 결제 실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카드사는 정확한 확인을 위해 정씨 부부와 직접 만나려 했지만 부부는 만남을 거부했다. 정씨는 "본인이 임신했는데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게 될 경우 책임을 질 거냐"며 카드사측에 오히려 항의를 했다.
결국 카드사는 정씨 부부의 비협조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고 판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는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은 정씨의 남동생이 꾸민 자작극이었다.
동생 정씨는 둘째 누나 부부와 큰 매형의 신분증 등을 이용해 카드를 발급받은 뒤 일본에 건너가 흥청망청 결제를 했다. 이후 분실 신고를 할때 혼자서 누나와 매형 목소리를 흉내내며 '1인 3역' 연기를 했다.
동생 정씨는 누나 명의의 통장을 본인이 관리했고 매형의 일을 대신 해 주면서 세 사람의 신분증을 확보하자 범행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 정씨는 세 사람 명의의 카드 8장을 발급받은 후 일본으로 건너가 명품 가방과 시계, 귀금속 등 고가의 물건을 구매했다.
그가 카드로 결제한 액수는 4680만원에 달했다. 결국 경찰은 동생 정씨의 사건을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가족간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동생 정씨가 단순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가족들이 동생 정씨가 사용한 결제대금을 마련해서 카드사와 합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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