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경제" 연준 비난.. 통화정책서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 중심 이동 시사
연준 이사 매파로 바꿀땐 비둘기파 옐런 사면초가.. 금리인상 속도 빨라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자 측은 '그릇된 경제'를 만들어냈다며 연준을 비난하고 경기부양 중심을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길 것을 시사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도 물가상승에 적극 대응하는 '매파' 색채를 띨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저금리기조 유지와 점진적 인상이 아닌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의 주요 보좌관들을 인용해 수개월 안에 미 정책 중심축이 이같이 이동할 것이라면서 연준도 흔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경제자문위원 일부는 연준 같은 중앙은행들의 대대적인 통화완화 정책은 이제 약발이 다했다면서 당선자 취임 이후 수개월 안에 인프라 확대, 세제개혁, 규제완화 등과 같은 성장을 촉진하는 새로운 정책들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트럼프 당선자 측은 최근 1조달러 인프라 지출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주로 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1.23배의 승수효과를 예측했다. 1조달러를 투입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조2300억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콜로니캐피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트럼프 자문위원 토머스 배럭은 이제 경기부양책을 통화정책 일변도가 아닌 통화.재정이 결합된 혼합정책으로 갈 때가 됐다고 밝혔다.
배럭은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개입 외에도 뭔가 다른 게 필요하다"고 말해 재정정책을 병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트럼프 자문위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헤지펀드 매니저도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갈아타야 한다고 확신한다"면서 "대부분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다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 흔들리나
정책 우선순위가 변경되면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 흔들기와 연준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선자 경제 고문인 배럭은 트럼프가 연준 정책에 무분별하게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시장의 우려를 일단은 가라앉혔다.
그는 대통령 트럼프는 '대선 후보 트럼프'와는 매우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후보 시절 옐런을 맹공격했던 트럼프를 우려하는 시장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옐런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자문위원 가운데 한 명인 주디 셸턴은 당선 수시간 뒤 FT에 연준이 '그릇된 경제(false economy)'를 만들어냈다고 옐런 의장을 비난하고, 당선자가 자신과 생각이 맞는 연준 내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자 입맛에 맞는 연준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2018년 2월 3일이다. 옐런은 물러날 의사가 없고, 트럼프 측이 옐런을 쫓아낼 수도 없다. 2018년까지는 옐런이 연준 의장이라는 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옐런의 힘을 빼는 것은 가능하다. 특히 현재 공석인 연준 이사 두 자리를 상.하원까지 모두 장악한 공화당의 힘을 빌려 트럼프 측이 매파로 바꾸면 비둘기파 옐런의 입지는 좁아진다.
셸턴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최근 연설에서 초저금리의 폐해를 지적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메이 총리의 말을 인용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를 원한다면 통화정책이 입안되고, 적용되며, 경제에서 작동하는 과정을 재검토하고, 자신의 헌법적 가치를 지켜주는지,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지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FT는 셸턴이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매파 통화정책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진영의 연준 흔들기는 급격하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배럭은 트럼프 당선자가 중앙은행 변화에 관해 '매우 천천히' 움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봐 온 것은 후보 트럼프였다"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도 트럼프 후보의 생각이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즉흥적이라는 것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배럭은 이어 "그러나 그의 대통령 수락연설은 후보 트럼프에서 대통령 트럼프로의 전환을 보여줬다"면서 "정교하고, 차분하며, 다독이는, 예측가능한 면모가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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